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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원희룡 제주도지사 "혁신서비스에 불법딱지…스타트업 싹 짓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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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CES 2020 기간 중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매경비즈니스포럼` 행사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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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혁신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구호에 그치고 있습니다. 정말 혁신에 의지가 있다면 지금 당장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근본적인 규제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지난 9일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 참석 차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모빌리티(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들이 빠른 속도로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지만 우리는 낡은 규제와 과거의 틀에 갇혀 혁신의 싹을 틔우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 지사는 "혁신을 위해서는 정치, 특히 대통령부터 먼저 바뀌어야 한다"며 "앞에서는 혁신을 외치면서 뒤로는 기업을 규제하거나 통제하는 데 정치권력이 쓰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규제 개혁을 위한 정부 조직이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 일회성 회의와 건의에 그치고 있고, 부처 간 고질적 칸막이에 막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세계는 빠르게 경쟁하는데 우리는 말로만 네거티브 규제를 선언하고 규제 하나를 푸는데 세월아 네월아 시간이 걸리는 게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현실을 돌아보면 산업계 잠재력과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탈규제'라는 세계적인 흐름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 지사는 '타다'를 예로 들면서 "새로운 서비스와 기존 산업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때 결국 정치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올해 CES에서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인 우버와 손잡고 도심 항공 모빌리티를 선보인 것에 대해 '세계는 열광했지만 한국으로서는 비극적인 장면'이라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소감을 남겼다. 원 지사는 "우버는 한국에서 불법 기업이다. '타다' 역시 불법 서비스 논란으로 벼랑 끝에 서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규제는 이런 '웃픈' 광경을 계속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주도에서 장기간 방치된 빈집을 리모델링한 숙박공유 스타트업 '다자요'가 규제에 막혀 불법으로 내몰린 사례도 낡은 규제의 피해 사례로 언급했다.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의 주체가 정부와 정치권이 아니라 기업들과 전문가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원 지사의 생각이다. 원 지사는 "규제는 그 자체로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수정을 용납하지 않는 정책은 나쁜 정책"이라며 "시대 변화에 맞게 규제를 리뉴얼하는 일이 이렇게 힘들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원 지사는 정부 여당과 야당에 쓴소리도 쏟아냈다. 그는 "여당은 과거 적폐와 싸우는 것에만 골몰하고 있다. 미래 산업·혁신에 대해서는 '말'이 있을 뿐이지 실제적인 관심과 액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이 배운 사람(전문가)과 이윤을 내는 기업을 적대시하는 분위기에서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야권에 대해서는 "보수당이 과거 대기업을 키웠다는 이유로 '경제에 대한 능력이 있다'고, '미래 준비가 됐다'고 자신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했다. 그는 "기술 변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면서 "(여야 할 것 없이) 미래로 향하는 우리 기업들을 도와줘야 한다. '친기업'을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야말로 신에너지·차세대 모빌리티·블록체인 등 신산업과 스타트업을 위한 최적의 혁신 실험장이 될 조건을 갖췄다는 게 원 지사의 판단이다. 원 지사는 전시 기간 동안 삼성전자, 현대차, LG 등 국내 기업과 도요타, 보쉬 등 글로벌 기업 및 혁신 스타트업 전시관을 분주하게 돌아봤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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