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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법원 "김경수, 킹크랩 시연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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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봤다고 항소심 재판부가 판단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포털사이트 댓글 순위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지사는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아 항소심 재판 중이다. 재판부가 선고 이전에 주요 쟁점에 대해 유죄를 짐작할 수 있는 잠정 판단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와 주심 김민기 부장판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지사 측은 시연을 본 적 없다며 무죄를 주장해 왔으나 방어 논리를 다시 짜야 할 상황에 처했다. 재판부는 향후 김 지사의 킹크랩 개발 승인 등 드루킹 김동원 씨와의 공모 관계를 판단하겠다며 변론을 재개했다.

21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김 지사의 컴퓨터 등 장애 업무 방해 등 혐의 항소심 14회 공판에서 "특검이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온라인 정보 보고를 받고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봤다는 것을 상당 부분 증명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김 지사가 믿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관련자의 진술 증거를 제외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잠정적 결론을 바탕으로 공동정범 성립 여부를 판단하고자 했으나 다양한 가능성이 성립 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양측은 브리핑 이후 김 지사 태도와 대선 과정 역할에 대해 신경 써 주장을 입증해 달라"고 당부했다.

법원 판단에도 김 지사 측은 "킹크랩 시연을 보지 못했다는 점을 재판부에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재판부에서 다소 의외의 설명을 해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2016년 11월 9일 시연에 대해 조금 더 진전된 자료와 논리로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재판부가 잠정적 심증을 도출했지만 잠정적인 것이기에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지사 재판은 선고 공판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당초 지난해 12월 24일 선고가 예정됐으나 한 차례 연기되고, 이날 또다시 재판부가 추가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재판은 더욱 장기화할 전망이다. 재판을 끝내지 못하고 재판장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현재 재판장인 차문호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통상 한 법원 근무 기간인 2년을 채웠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보통 2년을 근무하면 자리를 옮기지만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재판장이 바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김씨와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킹크랩을 이용해 대선 후보 당선을 위해 포털사이트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와 지방선거에서 도움을 얻고자 김씨 측에 센다이 총영사를 제안한 혐의 등으로 2018년 8월 기소됐다. 1심은 "김 지사는 2016년 11월 9일 김씨에게 킹크랩의 필요성에 대한 브리핑을 들은 뒤 킹크랩 프로토타입을 이용한 댓글 순위 조작 시연을 봤다"며 컴퓨터 등 장애 업무 방해 혐의로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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