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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디올, 샤넬이 열광한 체크무늬가 샤냥개 이빨모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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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람의 전쟁 그리고 패션-128] 1. 사냥개의 이빨을 닮은 체크 패턴, 하운즈투스 체크(Houndstooth check).

하운즈투스 체크(Houndstooth check)는 직역하면 '사냥개 이빨 체크'이다. 체크가 사냥개의 이빨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아마 '사냥개 이빨과 어디가 비슷하다는 거야?' 하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이해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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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이빨과 하운즈투스 체크 무늬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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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운즈투스는 1800년대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만든 울 직물의 독특한 패턴인데, 이렇게 만든 직물을 목동들이 많이 입고 다녔기 때문에 '목동 체크(shepherd's check)'라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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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운즈투스 패턴을 확대한 모습. 이 독특한 패턴은 백색 실과 흑색 실을 네 줄씩 교차로 직조할 때 생긴다. /출처= ⓒscadconnect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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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디올 패션으로 재탄생한 하운즈투스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은 1947년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그 디자인의 특징은 화려한 궁정풍의 복고였다. 사람들은 이를 '뉴룩(New Look)'이라 불렀다.

다음해인 1948년 크리스찬 디올은 봄·여름 시즌 오트쿠튀르 발표에 하운즈투스를 넣은 여성용 재킷을 선보였다. 궁정에서 입을 법한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스코틀랜드 목동의 하운즈투스를 넣어 강렬한 대비를 이끌어내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같이 발표된 오트쿠튀르에 워낙 히트작이 많아, 하운즈투스는 묻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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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크리스찬 디올의 하운즈투스 패션 발표를 재현한 모습 /출처= ⓒcyfashio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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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 구두를 디자인하기도 했던 로저 비비에르가 1959년 여성용 구두에 하운즈투스를 적용하면서 이 패턴이 일약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일찍이 크리스찬 디올이 시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상반된 두 가지 이미지를 충돌시켜 새로운 콘셉트를 창조하려는 시도였는데, 궁정에서 영국 왕족이 신을 법한 디자인 위에 스코틀랜드 목동이 쓰던 패턴을 입혔으니 큰 파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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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비비에르가 선보인 하운즈투스 구두 /출처= ⓒ위키미디어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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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운즈투스는 역사와 스토리를 갖고 있는 패턴이었다. 디자이너는 하운즈투스를 이용하여 고전미를 살리거나 반대로 이미지를 뒤집어 파격미를 추구할 수 있었다.

이러한 특성이 가장 잘 반영된 사례가 재클린 케네디의 하운즈투스 정장이었다. 프랑스의 밥 뷔낭(Bob Bugnand)이 디자인한 이 옷을 입고 재클린 케네디는 다양한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언론과 대중은 고전미와 현대미를 동시에 갖춘 젊은 영부인다운 차림새라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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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초반 하운즈투스 정장을 입고 시민들과 만나고 있는 재클린 케네디(상), 케네디대통령도서관에 전시되어 있는 재클린 케네디의 정장(하) /출처= ⓒ케네디대통령도서관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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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운즈투스는 프린팅이 아닌 직조 방식으로 패턴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정장 외투뿐만 아니라 볼륨이 있는 패션, 즉 모자, 장갑, 치마 등에 활용하기 좋다. 따라서 디올뿐만 아니라 샤넬, 입생로랑, 구찌, 알렉산더 맥퀸 등 유명 디자이너들이 하운즈투스를 자신들의 컬렉션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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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운즈투스를 적용한 샤넬의 1958년 컬렉션 /출처= ⓒmet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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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꾸준히 패션쇼에 등장하고 있는 하운즈투스 /출처= ⓒcyfashio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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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로 발표된 크리스찬 디올의 새 컬렉션. 상의와 가방의 하운즈투스가 눈에 띈다. /출처= ⓒdi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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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패션에 확대된 하운즈투스를 넣은 알렉산더 맥퀸의 니트 스웨터 /출처= ⓒ알렉산더맥퀸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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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운즈투스가 흑백의 여성 패션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에서처럼 남성 패션에도 다양한 컬러로 응용되고 있다. /출처= ⓒhespokestyle.com


[남보람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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