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첫 행보로 광주 찾아 “사과”…
호남 민심 이반에 정국 구도 복잡·‘실용’ 노선도 모호…
4년 전 ‘국민의당’ 돌풍 재현엔 회의적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후 윤상원 열사 묘역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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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58)는 4년 전 ‘국민의당’ 돌풍을 재현할 수 있을까.
안 전 대표가 정계복귀 일성으로 ‘중도·실용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제3정당 도전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종합적인 평가는 회의적이다. 국민의당 돌풍의 근거지인 호남 민심이 달라졌고, 정국 구도도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중도·실용’을 표방했지만 최근 중도층은 스윙보터(부동층) 성격이 강해 오히려 거대 양당으로 쏠릴 가능성도 있다.
안 전 대표는 20일 복귀 첫 행보로 호남을 찾았다. 안 전 대표는 광주 5·18묘역을 참배한 뒤 “영·호남 화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있어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이 먼저 손 내밀어서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국민의당 지지하신 분들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해 사과드리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탄생 과정의 성급한 통합을 성찰하며 향후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어떤 길을 택해도 지역기반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호남 민심은 4년 전과 다르다. 지난 17일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호남지역) 결과, 안 전 대표는 1%에 그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46%)에게 큰 격차로 밀렸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2%)보다 낮았다. 또 대안신당 박지원·천정배 의원 등 소수정당의 ‘인물론’ 구도와도 승부해야 한다.
안 전 대표가 총선 전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독자세력화를 이룰지도 관건이다. 안 전 대표는 4년 전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나 호남계 의원들과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이번에도 바른미래당 리모델링, 다른 세력과의 연합 등을 거쳐 중도·실용 정당 창당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도적 지원책이 될 것이라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안 전 대표 중심의 중도통합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당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의 힘겨루기를 거쳐야 한다. 현재 정계개편 향배에 대한 분명치 않은 태도가 벌써부터 도마에 올랐다. 안 전 대표는 귀국 기자회견에서 보수통합 참여에 선을 그었지만 이날 “선거 자체에 대한 깊은 고민이 아직 머릿속에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안철수계 내부의 의견도 모아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신당 창당을 통한 독자노선’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의 모호한 메시지도 극복 과제로 꼽힌다. 안 전 대표는 4년 전 ‘새 정치’를 표방했으나 “분명하지 않다”고 비판 받았다. 그는 정계복귀 일성으로 ‘실용’을 내세우며 ‘기업활력 제고’ ‘공정’ 등을 강조했다. 당장 반여권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한국당과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보수통합과 선이 닿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범여권은 안 전 대표의 파급력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형석 최고위원은 “4년 전 안철수는 광주가 잘 모르는 안철수였지만, 2017년 대통령 선거를 치른 이후의 안철수는 광주가 너무 잘 아는 안철수”라며 “4년 전 광주와 호남에 대한 환상은 지우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제3의 돌풍은 낡은 정치를 교체하는 미래 정치의 돌풍”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제3의 돌풍은 정의당이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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