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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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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인영 “공존 대신 대결로 떠밀려… 법안 통과 도상훈련만 수백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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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입법 완수한 민주당 원내대표 인터뷰]

조국, 先 임명 後 수습 불가피하다 판단…양해 구하고 싶다

4+1 가치중심 연합… 한국당 필리버스터 선언 때 ‘게임 끝’

사이다는 못 돼도 시원한 생수는 될 것… 이제는 민생 전념
한국일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찰 개혁은 우리 사회의 마지막 권력 특권을 해체하는 조치"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통과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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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원내대표가 우유부단하다’ ‘휘둘린다’는 이야기를 꽤 들었다. 별로 아랑곳하지 않고 참고 또 참았다.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법안 처리를 위한 도상훈련만 수백 번은 더 한 것 같다.”

16일 오후 국회에서 만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표정은 적잖이 홀가분해 보였다. ‘식물국회’에 이어 ‘동물국회’ 오명을 쓴 혼돈의 패스트트랙 정국을 물려받은 여당 원내사령탑이 결국 패스트트랙 법안 7개 산맥을 넘어섰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한때 ‘386 좌장’, ‘운동권 출신 외골수’, ‘당직 운이 없는 다선 의원’ 등으로 불리던 이 원내대표를 최근 휘감는 수식어는 ‘인내의 리더십’이다. 법안 내용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하나 패스트트랙 정국을 무난히 매듭지은 여당 원내사령탑의 당 내 입지만큼은 더 공고해졌다. 이해찬 대표는 그를 두고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한 의원은 “의원총회가 끝날 때마다 ‘물개박수’가 나왔다”고도 했다.

그렇다고 자축하기엔 남은 숙제가 만만치 않다. 대대적인 정치개혁을 장담했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후퇴를 거듭했다는 비판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가 검찰 개혁의 정답이냐에 대한 이견 등 여당이 감당할 각종 후유증이 적지 않은 탓이다. 이를 인식한 듯 이 원내대표는 “(법안 통과에 대한) 자축은 하루 저녁이면 충분했다. 바로 모드를 전환했다”고 입을 뗐다.
한국일보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민의 확고한 지지 덕분에 개혁입법을 완수할 수 있었다"면서도 "공존의 정치를 추구했지만 제1야당과 끝내 합의할 수 없었던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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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일문일답 전문.

-혼돈의 패스트트랙 정국을 선거개혁 및 검찰개혁법 통과로 풀어낸 소회는.

“지금 빨리 낮아지고 겸손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7개 법안 처리가 모두 완료된 게 13일이다. 10개월 간에 걸친 대장정이었기 때문에 하루 저녁 정도는 자축할 수도 있었다. 딱 하루면 족하다. 개혁 입법의 7개 봉우리를 국민들 덕에 넘을 수 있었는데 우리끼리 자축하고 안주할 일은 아니었다. 14일 오전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빠르게 민생 경제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였다.”

-민생 현안에 대한 마음의 짐이 있었나.

“임기 시작과 동시에 원내대표단을 ‘민생 원내대표단’이라고 명명할 정도로 민생은 제 화두였다. 민생 입법 성과로 총선 때 평가를 받겠다고 했다. 그런데 개혁 입법 충돌의 진동이 제 상상 이상으로 확대됐다. 민생 입법, 민생 예산을 제때 처리 못한 부분이 송구스러웠다. 남은 시간 하나라도 더 민생법, 경제법을 챙겨볼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 경제 어려움을 체감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하나라도 더 들어야 한다. 그것이 수십 년 만의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국민에 대한 보답이다.”

-국민 여론이 국회 상황 풀어가는 동력이었단 뜻인가.

“원내대표가 돼서 생각했던 원칙이 하나 있다. 찬성하는 국민이 반대보다 10%포인트 이상 많으면 단호하게 추진한다는 거다. 공수처 설치는 첨예한 쟁점이었는데 여론을 통해 국민들이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셨다. 그 덕에 저도 좌고우면 하지 않았다. 물론 전략 전술의 운용상 준비된 노력도 있었다. 결정적인 건 국민의 힘이었고 여론이었다.”

-어떤 전략 전술로 대비했나.

“5월 8일 원내대표가 되고 한 달 정도 진심과 정성을 다해 ‘패트 대치 정국’ 상처 치유를 위해 노력했다. 제 원칙의 유연성 극대화 해서 양보할 수 있는 걸 다 양보 하려 했다. 그런데 각종 합의가 자유한국당 안에서 부결되는 과정을 보며 어쩌면 정상적 합의의 정치, 타협, 대화로만은 개혁 입법 완성이 어려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6월 무렵 그런 생각을 했다. 최악의 상황에도 어쩌면 대비해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을 둘러싼 지루한 밀당이 반복되고, 패스트트랙 고소고발 취하가 (한국당의) 조건으로 걸리기도 했다. 한국당의 장외 집회 반복, ‘좌파 정권 규탄’ 구호를 보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한국일보

이인영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를 위한 도상훈련만 몇 번을 거듭했는지 모른다"며 "모든 변수를 통제해야 한다는 점이 만만치 않았다"고 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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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상황은 ‘한국당과 합의 불가’를 뜻하나.

“그렇다. 전 공존의 정치를 약속했다. 어떻게든 합의를 이루고 싶었다. 최선을 다해서 합의를 시도하되 안 될 경우 최종 순간에 어떻게 할지, 즉 개혁 입법을 어떻게 관철할지 대책을 7월부터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12월 초에 예산, 선거법, 검찰개혁법 등을 일괄 처리하는 방향으로 시간표가 일치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국회법, 선례 등을 함께 모여 수개월 간 검토했다. 원내대표 혼자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당대표, 사무총장, 홍영표 전 원내대표 등이 팀을 이뤄 대응했다. 발생 가능한 모든 변수를 감안한 도상훈련도 아주 여러 번 거쳤다. 마음은 컸지만 결국 공존보다 대결로 떠밀렸다. 안타깝다.”

-그 시나리오에 한국당의 ‘199개 필리버스터’도 있었나.

“없었다. 유치원 3법에 대해서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 경우 ‘회기 조정’을 하겠다는 생각은 했다. 솔직히 그 시점 전까지는 ‘전쟁’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순수 민생법안, 비쟁점법안에 199개 필리버스터가 걸리니 일종의 선전포고가 됐다. 정치가 마지막에 지켜야 할 도의를 깼다고 생각됐다. 저도 그때부턴 단호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전까지는 정개특위 표결을 하나 하더라도 한국당의 의원 워크숍 일정까지 감안하고, 사전 통보하고 협의하며 조심 조심 임해왔다. 여야가 서로 누구는 뚫을 수 밖에 없고, 누구는 막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면 그 순간에도 서로 지켜야 할 마지막 기본 예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해왔다. 199개 필리버스터를 보는 순간 ‘아 이건 대화하지 말자는 거다’라고 느꼈다.”

-결과적으로 제1야당과 협의 불발이 끝내 아쉬울 수 있겠다.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 문희상 의장이 제안한 당대표들 간의 초월회 정례회동을 정치 협상의 공간으로 발전시켜 보려고 했었고, 3+3 원대 협상, 실무협상 등 채널을 가동하려 노력했다. 물밑에서 홍영표 전 원내대표가 4+1 공조를 물심양면 도와주셨다. 최선은 다했지만 아직 거기(한국당과의 협상)까진 힘이 닫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한 셈이다.”

-결국 결정적 갈림길이 언제였나.

“결정적 시간이 11월 말 3당 원내대표가 방위비분담 해결을 위한 의원외교 차 워싱턴에 방문했던 때였다. 중요한 시기였다. 그간 오간 공감의 단편들을 밀도 있게 조율할 기회였다. 그런데 나경원 원내대표 출국 날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그 지나친 경직성과 편향성에 전 정말 절망했다. 그러고 나니 나 원내대표가 협상할 여지는 사실상 사라졌다. 결국 (나 원내대표가) 급거 귀국해야 했다. 그리고 나선 한국당이 199개 필리버스터를 걸어왔고 거기서 사실상 게임을 끝난 거다. 사실 결과적으로 지역구가 253석 비례대표가 47석이 된 것은 한국당 의원 상당수가 요구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협의 여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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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원내대표는 "4+1 공조의 경험은 우리 민주주의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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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협의체 가동은 성공적이었다 보나. 한국당은 불법 공조체라고 지적한다.

“4+1은 헌정 사상 첫 가치 중심 정치 연합이었다. 시대 정신을 공유하고 연대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함부로 약속하지 않고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려고 서로 노력했다 본다. 우리 민주주의의 소중한 자산이 될 거라 본다.”

-선거제 막판 단일안 마련 과정에선 4+1 내부 진통도 컸다.

“사실 ‘정치를 꼭 이렇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국면도 있었다. 특히 선거법은 아무래도 정당과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직결되다 보니 어려웠다. 저희가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처럼 후려치기를 한다는 비판도 받았는데, 맞받아치지 않고 참았다. 정말 당시 법안이 가진 함정, 위성정당 출연의 위험성,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근본 취지를 퇴색시키는 상황에 대한 보안 등을 이유로 진지한 재검토를 요구했다는 것을 언젠간 알아주시리라 생각한다. 특히 정당 진입조항 3%는 한번 재평가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결국 3%로 결론 났지만 저희가 5%를 주장했던 것은 극우적 이념 집단의 원내 진입을 우려해서였다. 모든 주장이 기득권 정당의 횡포로만 해석되는 게 안타까웠다. 기득권을 지키려고 했다면, 많으면 15~18석까지 의석을 손해 보는 선거제 개혁을 민주당이 할 이유가 없었다.”

-공수처 법안 통과를 위해 끌려온 것 아니냐는 시선이 민주당에 늘 따랐다.

“우리의 진정성을 왜곡하는 거다. 꼭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저희가 밀어붙여서 군소정당이 양보를 해온 게 아니다. 법안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온 측면이 강하다. 만일 공수처법이 본회의에서 부결돼 이번에 처리를 못했다면, 저희는 총선 공약으로 강력히 내걸 수도 있었다. 꼭 공수처법 통과를 위해 선거법은 끌려서 했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선거제도 변화가 우리 정치를 어떻게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지, 어떻게 정족수를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한 민주당 의원들의 진심이 왜곡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당이 한때 공수처 폐지를 1호 공약으로 언급했다.

“이런 표현 미안하지만 그렇게 나오면 ‘생큐’다. 국민 절대 다수가 지지한 공수처를 폐지하겠다고 하면,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길 포기한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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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원내대표는 "경찰 권한 역시 민주적으로 분산할 방안을 20대 국회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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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여권이 추진한 검찰 개혁의 방향이 현실적이냐, 부작용이 없겠냐는 비판은 여전하다. 최근 검찰 인사 논란까지 맞물려 후폭풍도 형성되고 있다.

“누구도 이 상태로 완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단 검찰 개혁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도 그렇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공유된 문제 의식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권력 기관 개혁, 사법 권력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온 사람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검찰은? 그 다음 법원은? 그 다음 국가정보원은? 그 다음 군사안보지원사령부(기무사)는? 그럼 경찰은? 등이다. 다 어떻게 개혁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생각이다. 그런 권력 기관 개혁을 위한 다음 과제를 추진할 시점이다.”

-지금 ‘검찰 개혁 입법 완성’이 문제가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뜻인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비대해질 수 있는 경찰 권한을 민주적으로 분산하고 민주적인 경찰 통제 방안을 수립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논의를 지체 없이 시작할 때가 됐다. 자치경찰 분리, 국가수사본부 신설, 정보경찰 재편, 경찰위원회 설치 등 관련 법안을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그냥 있으면 4·19 이전의 ‘경찰공화국’으로 되돌아간다.

국정원도 마찬가지다. 국정원법을 들여다 볼 대목이 있다. 국정원도 법을 바꾸지 않으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이 대목을 정보위원회 간사에 당부했다.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다. 21대 국회에서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원 구성, 의장, 연합과 협치의 틀이 모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가급적 20대 국회 안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부분을 해나가는 게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검찰 개혁은 입법 과정이 완료됐으니 경찰 개혁을 비롯한 사법 전반의 개혁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수처, 검찰, 경찰이 삼각 견제를 이뤄 민주적 권력 분산 시스템이 완성될 수 있도록 할 거다. 여기서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 이해찬 대표, 최고위, 의원총회가 원내지도부에 신임을 많이 보냈다.

“원내대표가 되자마자 상임위 중심의 운영을 강조했다. 원대단과 상임위 간사단의 도시락 회의도 매주 정례화 했다. 마지막 국면에는 의총도 매주 주요 쟁점을 논의했다. 그런 기본적 소통의 안정성을 마련하려는 작업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여론, 당원들의 의지가 의원들의 의지와 일치됐다고 본다.”

-금태섭 조응천 의원과도 충분히 소통했나.

“제가 직접적으로도 두 차례,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가 수 차례 거듭 소통하고 서로 공감했다. 우리가 모든 면에서 모두 완벽히 일치할 순 없다. 우리 안에서 늘 그런 건강한 여지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론이라면 결국 따르겠다고 해주신 분도 있고, 반대는 하지만 기권 정도로 물러서면서 소신을 지킨 모습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모습에 대해 비판하는 당원들도 정당할 수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 이견은 있지만 지혜롭게 그 시간을 지나왔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래야 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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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국면에서 가장 인상적 장면으로 '문희상 의장이 점거된 의장석으로 향하던 순간'을 꼽았다. 사진은 16일 국회 임시의정원 초대원장 이동녕 선생 동상 앞에서 대화하고 있는 이 원내대표의 모습. 배경은 제헌국회 헌법전문.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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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 장면이 있었다면.

“문희상 의장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문 의장은 정말 저를 많이 질책했다. 한국당에게 30%를 했다면 저에게 70%를 질책 하셨다. ‘꼭 좀 합의해와라. 제발 좀 타협해와라. 협상의 성과를 만들어와라.’ 거듭 강조하셨다. 끊임없이 타협하고 합의를 시도하라고 독려하고 최종적인 순간에는 본인이 나선 거다. 그런 의장을 향해 가족 문제를 공격하는 것은 정말 비열한 것이라 생각한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할 때 문 의장이 한번 주저 앉았다가, 한국당 의원들이 점거한 의장석으로 다시 향하면서 한 말씀이 있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대한민국 의회 민주주의의 길이다.’ 이러면서 분연히 의장석을 향해 걸어가셨다. 그 말이 제 가슴 속에 불덩어리처럼 확 들어왔다. 정작 본인은 기억을 못하시더라. 저는 그 불덩어리를 받고 한참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전 대학생 때 민주주의의 불덩어리를 맞아 30년간 운동도 하고 정치도 했다. 그 이후 35년, 36년 동안 그런 의회 민주주의의 불덩어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학생 시절 이후 처음으로 그 순간 문 의장 말씀이 불덩어리로 확 들어왔다. 타협의 정치, 공존의 정치를 누구보다 바랐지만 결국 점거된 의장석 주변으로 향할 수 밖에 없는 뒷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감사 드리고 존경한다.”

-‘조국 사태’도 여야 관계를 냉각시키는데 한 몫 했다.

“사실 큰 변수였다. 저도 아들 하나를 키워냈고 기득권을 가지고 산 삶은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했다. 중요한 것은 최종적으로 모두가 검찰개혁에 복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선 임명, 후 수습을 해야 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국면을 운영했다. 당시 국론 분열은 지금 생각해도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송구한 마음이지만, 저로선 검찰 개혁의 큰 국면을 유지하고 지속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지나갔지만 양해를 구하고 싶다.”

-여진이 여전하다.

“우리 사회 구성원 삶이 ‘공정하고 정의로운가’를 묻는 큰 문제제기였다고 생각한다. 법의 문제를 너머 사회 지도층들의 삶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크게 되돌아보고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조 전 장관 스스로도 고백한 것처럼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어떻게 되돌려주며 살아갈지 조용히 지켜보고 싶다. 모든 것이 다 정당했고 아름다웠다고 주장할 순 없겠지만 남은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의 남은 실천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다시 받아들여지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삶의 과정 하나하나를 통해서 사람들이 진심을 느끼고 그 울림을 알 수 있을 때 이 사안이 마무리 되지 않을까 싶다.”

-민생현안 처리에 아쉬운 점은 없었나.

“중소기업, 자영업, 청년 부분에 더 성과를 내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중요한 법들은 그래도 통과를 시켰다. 중소기업의 경우 소재 부품 장비가 가장 중요했는데 한일 경제전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생각보다 빨리 해낼 수 있었다. 대기업들이 일본 기업이 아닌 한국 중소기업과 손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등 분위기도 달라졌다. 소상공인기본법도 만들었고, 청년기본법도 통과됐다. 유치원 3법도 통과됐고. 이런 것을 연초에 해낼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남은 것은 국민들이 체감하실 수 있게 먹고 살만해졌다는 게 나와야 한다. 재정 정책을 어떻게 잘 운영 할 것인가의 부분을 풀어내고, 하반기부터는 혁신경제, 벤처사업, 4차산업혁명 부문이 촉발되면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민주당다운 방식의 성장, 따뜻한 시장경제 등을 논해볼 수 있는 시점이 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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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원내대표는 "따뜻한 대한민국, 한반도 평화, 노동존중의 사회를 포기할 수 없는 정치의 가치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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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도 총선 승리가 중요 과제겠다. 어떻게 전망하나.

“한국당의 비례한국당 전략이 우리 국민의 30~35% 사이에서는 먹힐 수 있다고 본다. 그럼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선전하더라도 역전이 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그건 최악이라고 본다. 1당 지위를 뺏길 뿐 아니라, 국회의장 등 주요한 리더십, 국정 운영 전반의 문제, 국회의 동반자적 역할에 큰 타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자칫 잘못해서 진보 진영이 연합 과반수 획득까지 실패하면 정말 최악이 된다. 다만 우리 국민들이 현명한 선택, 지혜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다.

한국당의 위성 정당 시도는 일종의 반(反) 정치다. 국민들이 극단적인 양당 대치 구도를 원하나. 아니면 양당 중심이어도 더 유연한 다당제를 원하나.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국민 바람을 정면 역행하는 시도다. 정치가 진지해야 하는데 너무 정치 놀이처럼 하는 부분이 있다. 보수의 미래를 두고도 좋지 않은 선택이다.”

-보수 통합 논의가 한창이다.

“개혁 보수를 외쳤던 새로운보수당이 극우화된 보수정치 경향을 보이는 한국당과 납득할 수 있는 명분과 가치에 대한 공감 없이 통합을 이루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 보수가 완전히 궤멸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단지 반문연대로 통합을 할 바에는 차라리 연합, 협치만 하는 게 낫지 않나. 보수의 혁신적 가치 정립 없이 권력의 문제만으로 통합을 하면 오래 가지도 못하고 실패작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조금 비판적으로 그 흐름을 보고 있다.”

-올해 총선의 시대정신이 뭘까.

“공정 혁신 미래 아니겠나. 우리에겐 앞선 세 번의 선거가 모두 큰 의미였다. 2016년 총선에선 민주당이 승리해 1당이 돼 의장을 배출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 교체를 했다. 중요한 힘이었다. 2017년 정권 교체로 냉전을 해체하고 평화의 세상으로 나왔다. 도보다리의 감동을 만들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싱가포르에서 북미회담을 만들고 그 힘으로 우리 국민들이 지방선거 때 평화의 시대를 확정하는 투표를 마음 놓고 할 수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한번 더 ‘정권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힘’을 국민들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다시 한번 평화를 외치는 정치 세력을 지지하면서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가 크다고 생각한다. ‘거 봐라, 북한 눈치만 보더니 꼴 좋다’ 하는 주장에 현혹되지 않고 총선에서 평화를 외치는 세력을 선택해 주시면 그 힘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담대한 결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권 뿐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힘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민가.

“정권은 바뀌었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헤게모니는 다르다. 세상이 공공연히 알고 있는 특정 언론의 헤게모니, 편향된 종교 세력들, 왜곡된 지식인들의 주장, 재벌 대기업의 독점적인 시장 내 권력질서 등이 많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일부 교회 안에 있어야 할 보수 기독교의 극우적 주장은 광화문까지 나와있는 현실이다. 대기업의 독점도 마찬가지다. 총선에서 한번 더 ‘공정경제를 이야기하고 포용적 성장을 이야기하는 정치세력’이 힘을 얻으면 많은 이들에게 ‘결국 우리 사회는 특혜 없는 세상으로 가는구나. 그럼 우리도 새 옷을 입어야 하는구나’라는 메시지를 줄 것 같다. 정치권력은 바뀌었어도 그런 패권은 한 번도 재편되거나 제대로 교체된 적이 없다. 세상의 방향이 다시 확정되는 순간이 이번 총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했던 촛불 혁명이 원했던 ‘나라다운 나라’로 가는 길이 되지 않을까. 촛불 혁명에서는 단순히 정권 교체만 요구된 게 아니다. 검찰 개혁, 언론 개혁, 선거 개혁 등을 통해 세상을 바꾸자는 외침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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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원내대표의 집무실에는 그가 가장 아끼는 액자가 걸려있다. 고 신영복 선생이 2011년 야권통합을 추진하던 이 원내대표에게 써준 글귀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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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서 정치인 이인영의 미래는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저는 정치 스타일 뿐 아니라 운동 스타일도 그랬다. 단타를 못 친다. 전술적으로 단기간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건 느리다. 사이다처럼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런데 긴 호흡으로 전략적으로 하는 건 책임 있게 해 온 것 같다. 6월 항쟁 때도 그랬다. 그 당시 제헌의회 노선으로부터 많이 공격 받은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결국엔 제가 실천했던 대중노선의 힘이 느리지만 대중의 공감과 결집력을 높여서 6월 항쟁이 많은 학생과 국민들의 공감 속에 일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최고위원이 되어서도 야권 통합을 몇 달에 걸쳐 신뢰를 쌓으며 느리게 왔다. 그런 힘들이 우리가 2012년 총선에서 재도약 할 수 있는 발판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개혁 입법 과정에서도 처음엔 ‘우유부단하다’ ‘휘둘린다’는 이야기를 꽤 들었다. 별로 아랑곳하지 않고 12월 초 처리라는 시간표를 설정하고 참고 또 참아왔다. 여러 말도 안 되는 정치적 비난도 있었지만 정치인의 명예와 관련된 사안까지도 일일이 반박하지 않고 참았다. 요즘엔 ‘원대 잘했다’, ‘역대 급이다’, ‘그때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분들이나 네티즌들의 커밍아웃도 있더라.(웃음) 그런 것들에 조금은 위로도 받고 또 얼른 낮아지려 한다.

앞으로 정치도 그런 스타일이 되지 않겠나 싶다. 사이다는 못되겠지만 언제 한 번은 마실 수 있는 시원한 생수가 되려 한다. 항상심(恒常心)을 유지하려 한다. 어떤 자리를 놓고 고민한 행보는 없다. 자리 중심이 아니고 가치 중심의 정치를 계속 고민할 거다. 이제는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면 맥아리 없이 휘둘리면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래도 뭔가를 생각하면서 하는 이야기로 들어줄 것 같다. 그런 화두를 계속 던지려고 한다. 공존의 정치, 민주주의의 완성,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담대한 결단 등이 추구하려는 가치들이다. 사람들이 볼 때 느려 보일 수도 있지만 긴 정치, 이룰 수 없는 것을 바라보는 큰 정치는 빠르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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