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하고 곧바로 발표했다. 몇몇 이견이 있었지만, 황 대표가 김 전 의장으로 최종 결정했다.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전언은 이랬다. 오전 8시 45분쯤 당 최고위원 회의 테이블에 예정에 없던 공천관리위원장 임명 안건이 올라왔다. 서류엔 ‘김종인-김형오-우창록’ 세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여기에 적힌 ‘김종인’은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고 ‘김형오’는 전 국회의장을 ‘우창록’은 법무법인 율촌의 대표변호사를 말한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은 공천 파괴력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낫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최고위원이 “김형오 전 의장이 부드러운 듯 강하고 당내 상황도 잘 안다”고 운을 떼자 다른 이들이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황 대표도 김 전 의장 쪽에 마음을 두는 듯 보였다고 한다. 결국 “김 전 의장으로 하되 그에게 쳐낼 수 있는 칼을 쥐여주고 그걸 마음껏 휘두를 수 있도록 하자는데 최고위원 전체가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고 익명을 원한 한 최고위원은 전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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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황 대표는 기자들도 참관하는 공개 최고위에서 이를 발표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혁신의 길로 달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전략적 마인드를 갖췄으면서도 깐깐한 원칙주의자란 평가를 받는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121석을 얻어 기사회생했을 때 선대위 공동본부장을 맡았다. 2006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2008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국회의장 등을 맡았다. 현재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지난해 8월 한국당 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여러분이 모신 대통령은 탄핵당해 감방에 갔고, 주변 인물은 적폐고,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 여러분은 다 죄가 많다”이라며 탄핵 찬반 양측을 향해 “이 모양 이 꼴로 된 것은 똑같은 책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선 중진 의원들은 정부ㆍ여당의 독선ㆍ독주에 몸을 던진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느냐. ‘죽기에 딱 좋은 계절’”이라며 “초ㆍ재선 의원도 어떻게 개혁모임 하나 없고 당 진로에 쓴소리 한마디 없느냐”고 촉구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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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의장의 임명은 보수통합 과정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은 지난 1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한국당과 통합이 성사될 경우 공관위원장은 양 당이 협의해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보수 대통합을 논의 중인 혁신통합추진위원회 내부에서도 한국당의 공천관리위 구성을 공유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일훈·김기정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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