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대비 저축 늘고 대출은 줄어
한은 “고령화 되돌릴 방법 없어
실질금리 하락세 계속 이어질 듯”
한국은행은 13일 ‘인구 고령화가 실질금리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증가율 감소와 기대수명 증가는 1995년 약 9%였던 실질금리를 2018년 약 6%로 낮췄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수치다. 예컨대 은행에서 연 2% 금리로 1년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한 뒤 물가가 연간 1% 오르면 예금자가 받아가는 실질금리는 연 1%가 된다.
1995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의 실질금리는 9%에서 0.4%로 하락했다. 실질금리 하락 폭의 약 3분의 1은 고령화의 영향이라는 의미다. 은퇴 이후를 대비한 저축을 늘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축이 늘면 자본 공급이 증가해 실질금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권오익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은퇴자는 생존 기간이 길어질수록 미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근로자인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높은 저축률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늘어난 자본이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시중에 떠도는 돈이 많아지는 게 문제다. 이 경우 금리는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 총투자율과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실질금리도 낮아지는 건 나라 경제에 좋은 신호가 아니다.
앞으로도 실질금리 하락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추세를 반대로 돌릴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조만간 인구의 자연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지는 건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인구 증가 폭은 1만5376명으로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권 부연구위원은 “실질금리 하락에는 인구증가율 감소보다 기대수명 증가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이번 연구에서 확인했다”며 “앞으로 기대수명이 크게 늘지 않는다면 실질금리의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10세 이상 늘었지만 최근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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