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금리 끌어내린 고령화…23년간 3%P 내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분석

1995년 9% → 2018년 6.1%

기대수명 더 증가한 노인들, 은행저축 늘리고 소비 줄여

경향신문

1990년대 중반부터 급격하게 진행된 인구 고령화로 인해 지난 23년간 실질금리가 약 3%포인트 떨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노인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저축을 늘린 것이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13일 발간한 BOK경제연구 ‘인구 고령화가 실질금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노령인구 부양비율’이 급증하면서 실질금리가 1995년 9.0%에서 2018년 6.1%로 23년간 2.9%포인트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금리를 뜻하는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것으로, 1995년 9.0%에서 2018년 0.4% 안팎으로 8.6%포인트 하락했다. 곧 실질금리 하락폭의 3분의 1이 고령화 충격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노령인구 부양비율은 20~64세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로, 한국은 1995년(9.6%)부터 2015년(19.4%) 사이에 9.8%포인트 급증했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 증가분 2%포인트(12.4%→14.4%), 선진국 평균 증가분 6.4%포인트(22.7%→29.1%)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권오익·김명현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로 은퇴 이후 생존 기간이 늘어나 저축이 늘고 소비는 감소했다”며 “고령화 효과가 한국의 실질금리 하락을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인들이 저축을 늘리면서 금리가 떨어지고, 청년 노동인구가 줄면서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등 실질금리를 떨어뜨리는 변화가 경제 전반에 걸쳐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기대수명 증가’가 실질금리 하락에 미친 영향은 ‘인구증가율 감소’ 영향의 2배라고 저자들은 분석했다. “기대수명 증가로 인한 실질금리 하락분이 2%포인트라면, 인구증가율 변화에 따른 낙폭은 1%포인트”라는 것이다. 이는 ‘백세시대’에 맞닥뜨린 은퇴자들은 물론, 은퇴를 준비하는 노동자들까지 저축을 늘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권 부연구위원은 “향후 인구 고령화가 계속될 경우 실질금리는 현재보다 더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2020년 현재 82.44세로, 2070~2075년쯤에는 90.39세로 더 길어지며 선진국 평균(87.07세)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실질금리 인하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누스 아크소이 런던대 교수 등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국의 패널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구 고령화 및 출산율 저하가 이들 국가의 실질 생산과 실질금리를 하락시켰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유로존의 장기 실질금리를 하락시킨 요인으로 인구증가율 감소가 꼽히기도 한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신문 최신기사

▶ 기사 제보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