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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이슈 로봇이 온다

7000억 들인 마산로봇랜드, 오픈 넉달만에 깡통 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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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해 9월 개장한 마산 로봇랜드 테마파크가 넉 달 만에 입장객 부족으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채무불이행으로 파산에 직면했다. [사진 제공 = 경남로봇랜드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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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정부 승인을 받아 진행된 마산과 인천로봇랜드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특히 마산로봇랜드는 사업비가 7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지난해 9월 우여곡절 끝에 로봇테마파크 등 시설이 가동을 시작했지만 민간사업자가 금융권에서 빌린 채무를 갚지 못해 개장 두 달 만에 사업 무산 위기에 직면했다. 인천로봇랜드도 로봇타워만 지은 채 테마파크 건설 등 주변 개발이 12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 계획한 테마파크 비중을 줄이고 아파트 건설 등 수익 용지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정부 당국의 승인이 나지 않아 허허벌판으로 방치된 상태다.

마산로봇랜드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리와 반동리 일대 125만9890㎡ 땅에 총사업비 7000억원(국비 560억원, 도비 1000억원, 시비 1100억원, 민자 4340억원)이 투입된 국내 최초 로봇 복합문화공간이다. 지난해 9월 1단계 사업인 테마파크가 개장됐으나 관람객이 예상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면서 고전 중이다. 경남로봇랜드재단에 따르면 이곳은 지난해 9월 7일 개장한 이후 휴일인 지난 12일까지 넉 달간 12만8312명이 찾았다. 당초 예상 입장객 수는 월 12만5000명(연 150만명)인데 25%에 그친 것이다. 마산로봇랜드는 사실상 파산 상태에서 겨우 문만 열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로봇랜드 조성을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 마산로봇랜드(주)가 금융권에서 빌린 돈 950억원 가운데 50억원을 갚지 못해 호텔·콘도 등 숙박시설을 짓는 2단계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투자사인 사모펀드 다비하나인프라펀드자산운용은 마산로봇랜드가 채무불이행을 하자 지난해 11월 실시협약 해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경상남도, 경남로봇랜드재단, 민간사업자, 사모펀드 측이 수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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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사업자 측은 테마파크 개장 후 올 6월까지 운영손실비 76억원을 경상남도에 요구하면서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이나 비용 보전 등을 정상화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반면 경상남도는 종전에 체결한 협약대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법적 분쟁 가능성이 크다. 경상남도는 김경수 지사 지시에 따라 로봇랜드 사업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는 등 사업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경상남도 관계자는 "민간사업자가 요구하는 조건과 도의 입장이 워낙 격차가 커 협상이 평행선을 긋고 있다"며 "여러 가지 정상화 방안을 검토하면서 만에 하나 제기될지 모르는 소송에도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로봇랜드는 12년째 개발이 올스톱된 상태다. 일부 용지를 아파트로 건설하는 변경안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제동으로 이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인천시는 애초 서구 청라국제도시 76만㎡에 2013년까지 연간 최대 400만명이 찾는 산업연계형 로봇테마파크를 기획했다. 하지만 인천로봇랜드 특수목적법인(SPC)과 인천시가 용지 매각가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개발이 올스톱됐다.

토지조성원가에 감정평가를 더한 금액을 매각대금으로 산정하는 방식에 대해 SPC 측이 자연녹지 상태에서 감정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인천시는 조성계획 수립을 전제로 평가해야 한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양측 주장대로면 3.3㎡당 용지 매각단가가 10배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SPC는 10년 이상 용지 매입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결국 인천시와 SPC 측은 테마파크 용지를 절반가량 줄이고 대신 환금성이 뛰어난 주거용지를 반영해 실행계획변경안을 마련하고 2018년 11월 산업부에 승인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로봇랜드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아파트가 없는 마산로봇랜드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데다 당초 사업 취지가 퇴색한다는 이유에서다.

[창원 = 최승균 기자 / 인천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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