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권리이지만, 여럿에게 흩어져 있으면 하나하나 보호받기 어려운 경우들이 있어요. 흩어진 권리를 모아서 실현해보는 것이 플랫폼의 취지입니다.”
온라인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창업한 최초롱(32·사법연수원45기) 변호사의 말이다. ‘화난 사람들’은 2018년 5월 문을 열었지만, 짧은 기간에 굵직한 사건을 여럿 수행했다. 대진침대 라돈 검출 사건은 4차까지 인원을 모집하며 5800여명이 참여했고, BMW 차량 화재 사건은 2500여명이 함께했다. 코오롱 인보사 사건과 관련해선 피해 환자들은 물론 주가 하락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소송도 열렸다. 최근에는 모바일 피트니스클럽 서비스 ‘TLX패스’ 피해자들을 위한 소송과 연예인 악플을 모아 고발을 대행하는 서비스 등을 준비중이다.
화난사람들에서는 ‘내가 못 받은 암 진단보험금 찾기’ 사건 청구인 모집이 한창이다. “법은 평등한데, 법을 이용하는 것은 불평등해요.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아도 보험사에서는 ‘제자리암’이다 ‘경계성종양’이다 하면서 보험금의 10%만 주거나 안 주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대법원에서 그런 진단을 받아도 100% 줘야 한다고 판결한 적이 있거든요. 일반 환자들이 보험금을 그냥 달라고 하면 안 주고, 변호사가 ‘이러저러한 판결에 따라서 줘야 한다’고 하면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주더라고요.”
2018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연구원을 마친 최 변호사는 대형로펌의 변호사로 갈 수도 있었다. 경력을 쌓아 판사 임용을 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도전을 택했다. 서초동 대신 용산전자상가를 찾아 지자체가 마련한 스타트업들의 ‘코워킹 스페이스’를 보금자리로 삼았다.
최 변호사는 법원에서 일하며 플랫폼 필요성을 체감했다. “시스템이 정말 아날로그적입니다. 2017년에 아파트 하자와 관련해 입주민들이 시공사를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을 낸 적 있어요. 제가 속한 재판부에서 맡았죠. 원고는 500명 이상이었고, 각 원고별로 주장과 증거자료를 정리해야 하는데 ‘틀’이 마련이 안 돼 있는 거에요. 하나하나 옮겨 적는데, 이걸 플랫폼으로 마련해서 시스템화 할 수는 없을까, 그렇게 창업 결심을 하게 됐어요.”
‘화난사람들’이라는 이름도 직접 지었다. “병원에서 의사들은 아픈 사람들을 대하죠. 사람들은 화가 나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고요. ‘화난사람들’이라는 이름 말고는 다른 이름이 도저히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법조계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업계에서 반응도 나쁘지 않다. 주요 벤처 캐피털로부터 시드(SEED·창업) 단계 투자를 받았고, 원래 계획보다 빠르게 시리즈A(초기) 단계 투자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변호사는 업무 편의를 제공받고, 일반인에게는 비대면으로 정보 습득과 소송 참여를 손쉽게 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했다는 호평도 받고 있다.
‘화난사람들’이라는 직설적인 작명처럼, 최 변호사는 이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이 쉽게 법률서비스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는 “B급 감성으로 법을 이용하기에 재밌고 편하게, 그렇지만 전문성은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앞으로 우리들의 숙제”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사진=박해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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