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판결문에 나온 검찰인사의 원칙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보복을 가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구속된 안태근 전 검사장이 지난해 5월 1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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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은 공명정대한 검찰권 행사의 토대가 되는 검사 인사에 대한 국민과 검찰 구성원의 신뢰를 저버렸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이를 덮으려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1·2심 판결문의 양형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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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유죄 이유
법원은 검찰인사의 공정함을 해친 행위를 '중대한 범죄'라 적시하며 안 전 국장에게 예상을 깬 실형을 선고했다. 직접 증거가 없어 서 검사의 법률 대리인인 서기호 변호사도 "무죄가 나올 줄 알았다"고 예상한 판결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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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르면 8일 오후 검찰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법조계에선 안 전 국장의 판결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추 장관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와 울산시장 관련 선거 수사 지휘라인에 대한 보복성 물갈이 인사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안 전 국장을 보면 추 장관도 지켜야 할 인사원칙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직권남용"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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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원칙, 추미애의 원칙
안 전 국장 판결문엔 실제 일선 검사들도 몰랐던 검찰 인사의 비밀스런 내부 원칙이 등장한다.
우선 검찰 인사는 인사 약 두 달 전부터 법무부 인사담당 검사→검찰과장→검찰국장→법무부 장관→청와대와 협의 및 대통령 보고로 이뤄진다.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인사위원회는 통상 인사발표 2~3일 전에 열린다. 이땐 검찰 인사안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윤석열 검철총장이 7일 오후 과천 법무부에서 추미애 장관을 만나고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최정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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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 장관 인사의 경우 8일 오전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렸다. 법무부에선 같은 날 아침 검찰과장이 대검에 검사 인사안을 전달했다. 이는 인사안이 나오기 직전까지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추미애, 윤석열 의견 듣지 않아
검찰청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사 인사 전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돼있다. 법무부는 인사위원회 개최 뒤 대통령 보고 전까지 1~2일의 시간이 있으니 이제 윤 총장의 의견을 들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검 관계자는 "과거엔 장관과 총장이 검사 인사를 두고 여러차례 의견을 나눴다"며 "이번 인사는 그냥 윤 총장을 패싱한 것"이라 말했다.
법무부에서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이성윤 검찰국장(왼쪽)이 지난해 10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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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의 비밀
검찰인사위원회가 매년 2회씩 열리기에 지금 인사를 앞두고 인사원칙집에 축적된 인사위원회의 의결 건수는 116건이다.
인사위원회 의결 사항에는 '부치지청(차장검사가 없는 지청)에 배치된 경력검사는 다음 인사에서 우대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서 검사를 부치지청(여주지청)에서 또다른 부치지청(통영지청)으로 발령낸 안 전 국장에게 공정한 검찰인사를 훼손한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서지현 검사가 지난해 1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인사보복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된 안태근 전 검사장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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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에는 검찰이 인사 대상 검사에 대한 감찰·포상자료, 사건 통계, 미담사례, 세평, 복무평정, 보직경로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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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돌아가는 검사의 인사
여기에 인사 대상 검사가 소속된 검찰청의 고검장·검사장 등의 개인 추천 등이 반영돼 검찰 인사 시스템이 여러차례 돌아간다.
서 검사는 통영지청에 발령 나기 전까지 광주지검→의정부지검→여주지청(여주지청장의 유임요청)→대전지검→부산지검→제주지검→울산지검→전주지검 등을 거쳤다. 검찰의 인사가 기준과 원칙에 따라 세밀하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윗선의 추천과 본인의 평정 등에 따라 검찰 인사는 확정 전까지 5~6번은 바뀐다"고 말했다.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과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 부장,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의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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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는 안태근과 다를까
청와대와 법무부, 여권에선 추 장관의 인사는 안 전 국장의 경우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서 검사는 평검사 인사였지만 추 장관이 단행할 인사 대상은 고검 검사급 이상(부장·차장) 검사와 검사장급 이상 검사라 인사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조 전 장관 수사와 울산시장 선거 수사를 지휘하는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 부장은 검사장급 검사다.
검사장급 검사의 경우 통상 1년을 보직기한으로 한다. 하지만 이번 인사와 같이 6개월만에 인사를 단행해도 이를 제한할 법적 근거는 없다는 것이 법무부 측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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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조항의 확장
주요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차장·부장 검사의 경우 검사 전보 및 보직관리 등에 관한 규칙(법무부령)에 따르면 필수 보직기한이 1년이다. 조 전 장관과 울산시장 수사팀의 차장·부장 검사들은 배치된 아직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해당 조항에도 '부득이한 인사 수요 등'의 예외조항이 있어 교체를 한다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
하지만 법원은 안 전 국장의 경우 검찰국장 인사 재량권을 매우 좁게 해석했다. 법무부가 이번 인사에서 예외 조항을 과도하게 적용할 경우 탈이 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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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의 위험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안 전 국장의 상고심 판결이 9일 내려진다"며 "법무부는 불공정한 보복성 인사를 단죄한 원심 판결이 확정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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