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반동안 14차례 총선용 인사… 수석·비서관만 20명 넘게 출마
경제·외교 失政, 北도발 위협 속 참모진 이탈로 국정 공백 우려
총선 100일 전인 1월 6일 기준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청와대 전·현직 참모진은 약 70명에 이른다. 2018년 2월 문재인 정부 초대 대변인인 박수현 전 대변인에 이어 같은 해 3월 신정훈 전 농어업비서관, 6월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나왔다. 그해 8월에는 나소열 전 자치분권비서관도 사직했다. 참모진 사퇴가 본격화한 것은 작년 1월이다.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경기 성남 중원), 한병도 전 정무수석(전북 익산을) 등은 당시 사퇴 후 지난 1년간 지역구에서 총선을 준비해왔다. 이후 지난달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까지 수석·비서관급만 20명 이상이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행정관급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도 30~40명 이상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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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윤건영 실장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지역구인 서울 구로을 출마가 유력하다. 윤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 겸손하지만 뜨겁게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주형철 경제보좌관과 고민정 대변인 등 총선 출마를 위한 추가 인사도 예정돼 있다. 고 대변인 출마 시엔 청와대 대변인 3명이 모두 출마하게 된다.
총선 출마를 위해 참모들이 잇따라 청와대를 떠나면서 국정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제, 외교·안보 등 업무 연속성이 중요한 일을 처리해 온 참모들이 너도나도 총선에 출마하면 후임자가 업무에 익숙해질 때까지 업무 공백이 예상된다. 총선 출마를 위한 대규모 이탈로 후임자 인선도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주형철 경제보좌관은 이미 출마 결심 후 사의를 표했지만 후임자를 결정하지 못해 이날 청와대 인사 명단에선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3월 임명된 주 보좌관은 청와대에서 근무한 지 1년도 안 돼 그만두게 된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총선 캠프냐"고 비판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새로운 인물, 정책·공약도 사라지고 오로지 '청와대 경력' '문재인의 사람'이 선거판을 독점할 것"이라며 "청와대 참모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정책 실패와 잦은 인사 교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이 감당해야만 했다"고 했다.
여당 일각에서도 청와대 출신의 대거 출마를 우려·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참모진이 청와대 근무 경력을 '타이틀' 삼아 출마에 뛰어드는데, 청와대를 자기 정치의 디딤돌 정도로 생각한 것 아니냐"고 했다. 실제 민주당 예비 후보로 등록한 청와대 출신 인사는 대부분 '문 대통령 관련 경력'을 내세우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국민들 사이에 '대통령이 국정보다 선거에 더 관심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생길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친문(親文) 일색인 민주당이 총선 이후엔 아예 '대통령 친위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홍득표 인하대 명예교수는 "전례 없는 대규모 참모진 이탈로 청와대가 사실상 '경력 관리소'로 전락했고, 참모진도 그렇게 인식하는 듯하다"며 "결국 국정보다는 청와대 출신을 원내에 많이 진입시켜 문 대통령의 친위 세력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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