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표는 4일에도 “험지보다 더한 험지도 가겠다. 더 치열해지기 위해 소명에서 결단으로의 선택을 거듭했다.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또 “그 길 위에서 혁신도 통합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했다. 험지 출마를 지렛대 삼아 최대 당면 과제인 보수통합, 인적쇄신 역시 주도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당 내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다. “위기 모면책이다. 통합 비대위를 구성하라”(홍준표 전 대표)는 주장이 여전히 나온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도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점들이 대표가 험지 출마한다고 해결 되는게 아니지 않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중진 험지 차출론에 대해서도 물밑에선 반발 움직임이 있다.
━
①“위기 모면용” 비판은 왜 나오나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 규탄사를 하고 있다. 2020.1.3/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통합 비대위 구성 요구는 황 대표가 지난해 2월27일 취임한 뒤 3번째 찾아온 위기다. “위기 모면용”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황 대표의 앞선 2차례 리더십 위기 대응 방식을 거론한다.
황 대표는 지난해 9월 ‘1차 위기’를 맞았다. 조국 사태 초기 주요 국면에서 대응이 늦어 실기(失期)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삭발을 통해 오히려 야권 지지층을 결집하는 돌파구를 열었다. 황 대표는 지난해 11월 박찬주 전 대장 영입 논란,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 사퇴 후폭풍으로 ‘2차 위기’에 몰리자 이번엔 단식으로 고비를 넘어갔다. 한국당 관계자는 “인재영입 논란이 일어났으면 영입 과정의 문제점을 찾아서 푸는 게 순서다. 그건 그대로 둔 채 삭발ㆍ단식 카드를 꺼내니 ‘위기 모면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대응 방식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는 이들 사이에서도 ‘고구마 리더십’에 대해선 뒷말이 나온다. 결정이 늦고, 메시지가 불분명하다는 불만이다. “험지 출마 선언은 진작 했어야 한다. 결단이 늦었다”(초선 의원), “왜 종로를 콕 집어 얘기하지 않나. 선제 공격보다 반응 위주의 리더십만 보여주니 위기 모면용이라고 오해 받는다”(중진 의원)는 등의 이유다.
━
②리더십 논란…이면에는 1년간 2%포인트 오른 지지율
황 대표가 수시로 리더십 위기를 맞는 것은 답보 상태에 빠진 당 지지율과 뒷걸음질 하는 황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이 구조적 원인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황 대표 취임 이후 한국당 지지율은 결과적으로 2%포인트(19%→21%) 오르는데 그쳤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12월 전국 만19세 이상 4만71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도에 표본오차 ±1.6%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에 따르면 황 대표 취임(2월27일) 당시 한국당 지지율은 19%(2월)였다. 이후 24%(5월)까지 꾸준히 상승했던 지지율은 그러나 줄곧 20% 초반을 벗어나지 못했다. 조국 사태가 절정에 달했던 10월에는 25%까지 올랐지만 11월 22%, 12월 21% 등 하락세다.
황 대표가 장외집회에 매달리며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시각도 있다. 세력이 마땅치 않은 황 대표가 내부 반발을 뚫고 쇄신ㆍ통합 같은 난제를 달성하려면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어야 하는데 ‘아스팔트 우파’에 기대면서 황 대표의 지지 저변이 오히려 옅어졌다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1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였던 황 대표는 6월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1위 자리를 내준 뒤 계속 2위에 머물고 있다.
━
③총선 D-100 “대안 없어… 통합ㆍ쇄신 성과 보여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만 이런 논란에도 한국당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황 대표를 중심으로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총선이 불과 100일 남은 시점이고,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황 대표와 지난해 2월 전당대회에서 맞붙었던 김진태 의원도 4일 춘천에서 연 의정보고회를 통해 “이제는 방법이 없다. 몇 달 남지도 않았다.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이 총선을 꼭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교안 체제’ 옹호론자들도 “(황 대표가) 통합ㆍ인재영입ㆍ공천에서는 확실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 황 대표는 1월 중 성적표를 받을 공산이 크다. 한국당은 가급적 1월 중순 이전까지 공천관리위원장 인선, 인재영입 등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보수통합 역시 “설(1월25일) 이전에는 통합 할지 말지는 결론이 나야할 것”이라는 게 통합 실무를 담당하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국당의 한 초선의원은 “현체제 중심으로 갈 수 있도록 인재영입, 통합 등에서 확실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 안팎이 더 시끄러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