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민주당·정의당은 제 갈길 선언
보수야권엔 통합·연대가 변수
중도·보수 사이 안철수 행보 주목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장외집회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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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이 100일 남았지만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구도·인물·이슈 등이 오리무중이다. 지역별 구도를 요동치게 할 제3세력의 등장 여부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면면도 아직 불확실하다. 오히려 사상 첫 준(準)연동형 비례제 도입으로 예측 불가능성만 커졌다. 하지만 점검해야 할 변수는 있다.
①심판론, 어디를 향할까=이번 4·15 총선은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을 돌아선 직후 실시하는 선거라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 여권 인사들도 이 점을 부인하진 않는다. 투표는 대체로 ‘심판’의 성격을 띠고 있다. 심판론은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에서 일반적으로 위력을 발휘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1당으로 올라선 지난 2016년 총선이 그랬다.
하지만 지금까지만 보면 2016년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다. 선거 전문가들 사이에 최근 자주 소환되는 ‘과거’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4·11 총선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운영 난맥상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 등 여권의 악재가 야권의 실책으로 상쇄됐던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2011년 당시 집권 4년차인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 측근들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되면서 국정의 키를 놓친 채 표류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민투표를 통한 무상급식 저지를 시도하다 실패해 중도 하차했고, 범야권은 10·26 재·보선에서 박원순 변호사를 범야권 단일후보로 만들어 승리했다. 박 시장 당선의 밑거름이 된 ‘안철수 현상’도 민주당에 도움이 될 거라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결과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끈 새누리당의 과반(152석, 민주당은 127석) 승리였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여권이 박근혜라는 미래 권력을 내세워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무력화시킨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여기에 나꼼수 김용민씨 등의 공천 뒤 잡음이 일어나는 등 이른바 ‘친노 패권 공천’의 후유증이 겹치면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그런 2012년 상황과 비슷하게 지난달 29~30일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날 조사(MBC 의뢰·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7명·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선 ‘야당 심판론’에 동의하는 여론(51.3%)이 ‘여당 심판론’에 동의하는 여론(35.2%)보다 높았다. 한국리서치 등 다른 업체의 최근 조사 결과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하지만 ‘야당 심판론〉여당 심판론’의 흐름이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전략통인 한 민주당 의원은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 심리는 저류에 깔려 여론조사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②이번엔 보수야권이 통합 추진=민주당과 정의당은 총선 때면 후보 단일화 전술을 펴곤했다. 하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자 일찌감치 제 갈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군소 정당도 지역 후보가 완주해야 비례대표를 더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통합’이나 선거연대가 변수가 되는 쪽은 보수야권이다.
자유한국당은 5일 출범한 새로운보수당과의 통합 추진을 일찌감치 선언했다. 하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다만 양측에서 “통합이 안 되면 선거연대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한국당이 요즘 통합을 거론할 때 ‘중도’라는 단어까지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바른미래당 소속 안철수 전 의원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안 전 의원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로 거론된다. ‘보수통합세력→자유한국당’ 순으로 손을 잡아가는 것과 바른미래당을 토대로 수도권과 호남의 중도층을 다시 규합해 나가는 방향이다. 국민의당 출신 인사는 “바른미래당을 토대로 한 독자노선을 가면 최대 10% 정도의 정당 득표는 가능할 수 있다”며 “수도권에선 ‘안철수 효과’로 구도가 교란되는 지역구도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③‘이낙연 VS 황교안’ 기대심리=대통령 임기 중·후반부 선거에선 차기 대권주자들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곤 했다. 최근 한국리서치 조사(한국일보 의뢰·지난달 29~30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선 여전히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1·2위를 이낙연 국무총리(25.4%)와 황교안 한국당 대표(12.2%)가 차지했다. 이 총리는 이미 서울 종로 출마 의사를 밝혔고 황 대표도 “험지 출마”를 선언해 두 사람의 종로대첩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두 사람에 대한 기대심리가 전체 선거 결과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거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사람에 대한 지지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불고 있는 미풍 정도”라고 평가했다.
④물갈이 공천 얼마나=김영삼 정부 3년차인 1996년 4월 여당인 신한국당은 1당 지위(139석)를 유지했다. 수도권에서의 물갈이 공천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2016년 여당(새누리당)의 실패, 민주당의 1위 약진도 결국 공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옥새 파동’이란 조어를 낳았을 정도로 극심한 계파갈등을 빚었고, 민주당은 ‘어벤저스’라는 신진인사 영입으로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불출마 예정인 한 의원은 “여야의 극한 대립에 질려 부동층이 극대화된 상태여서 언제든 대형 이슈에 표심이 급변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 이대로라면 비례나 지역구 후보의 인물 경쟁력을 확보하는 당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장혁·하준호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각 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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