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참가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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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은 여러 면에서 기존 선거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진보와 보수 모두 극단적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가 ‘탄핵 국면’을 적극 활용하며 보수색이 더 짙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른바 ‘문빠(문재인 대통령 열혈 지지자)’ 등 지지 세력을 규합하는데 총력을 쏟고 있다. 중원(中原)을 겨냥해 표심을 확장하는 통상의 선거 전략과는 다른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각 당이 우선은 ‘집토끼’를 확실히 붙잡아 둬야 한다는 압박이 있어 당분간은 여야 모두 중도층을 공략하는 전략보단 지지 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집토끼를 단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튜브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정치 지형은 보수 진영이 우위를 선점한 가운데 진보 진영이 세를 확장하려는 상황으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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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장악한 보수 채널
정치 관련 주요 유튜브 채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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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내 정치 생태계에선 보수 채널이 강세다. 정치 관련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수 1위인 ‘신의 한수’가 대표적이다. 애국보수를 표방하는 이 채널은 구독자 수가 116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지는 한국당의 집회·농성장에 참가자들을 끌어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진성호방송(구독자 76만명)·딴지방송국(71만명)·정규재TV(63만명)·고성국TV(51만명)·TV홍카콜라(36만명) 등이 있는데, 열혈팬이 많은 편이다. 유튜브에선 통상 구독자 수 대비 조회수 기준으로 해당 채널의 활동성과 파급력을 평가한다. 보수 성향의 주요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 대비 조회수가 평균 50% 수준으로, 구독자 중 절반 이상은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을 빠짐 없이 본다는 얘기다. 또 보수 유튜브 채널에선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흐름에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장년층의 활동이 유독 활발하단 특징도 있다.
구독자 76만명의 진성호방송을 운영하는 진성호 전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의원은 “유튜브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피드백과 그에 따른 양방 소통”이라며 “유튜브를 기성 언론과 굳이 비교하자면 일반 기사가 아닌 제도권 언론의 사설·평론과 비슷한 형식인데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내 소신과 신념에 따라 가치관을 담은 영상을 내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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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릴레오' 등 진보 진영도 가세
진보 진영은 유튜브 생태계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채널 수와 영향력 측면에서 보수 진영에 밀린다. 그러나 최근엔 보수 일변도의 유튜브 생태계이 균열을 내면서 존재감을 키워가는 채널도 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이 대표적으로, 지난해 1월 유시민 이사장이 진행하는 ‘알릴레오’가 시작된 이후 빠르게 구독자가 늘어 현재 110만명을 확보했다.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그간 유튜브에선 보수 일변도 채널이 강세를 보이며 쏠림 현상이 계속됐고 가짜뉴스 등의 문제가 심각했는데 알릴레오가 중화작용을 하고 있다고 본다”며 “알릴레오가 단순한 홍보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더 나은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초부터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유시민의 알릴레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보수 일변도의 유튜브 생태계에서 진보 진영의 채널이 100만명 이상의 구독자 수를 확보한 건 노무현재단이 처음이다. [유튜브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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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등의 콘텐트를 만드는 딴지방송국(구독자 71만명)과 서울의소리(44만명) 등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보수 진영에 비해 열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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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도 뛰어든 유튜브
지난해부턴 민주당이 직접 나서 유튜브 생태계에서 존재감을 키우려 애쓰는 중이다. 총선 공천 심사에선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 활동 실적을 평가 요소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유튜브가 홍보방법으로 중요하게 떠오른 만큼 아이디어를 잘 세워달라”(지난해 1월 11일 민주당 원내대표단 오찬)며 유튜브 활동을 독려했다.
민주당의 '1호 인재영입' 인사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가 더불어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의사소통TV"에 출연한 모습. [유튜브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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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엔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정책 유튜브를 표방하며 '의사소통TV' 채널을 열었다. 민주당은 최근 영입한 1호 인재(최혜영 강동대 교수)에 대한 여러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물리치고 의사소통TV를 통해 인터뷰 영상을 내보내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치권에 부는 ‘유튜브 바람’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레거시 미디어(전통 제도권 언론)와 달리 별다른 규제 장치가 없어 극단적이고 편향적이거나 거짓 내용이 퍼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신의 한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구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 북 김정은 쿠데타 위기 등 근거 없는 뉴스로 세를 불렸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대선 이후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모두 자신이 듣고 싶고 보고 싶은 것만 본 뒤 이를 맹신하고 동질감을 느끼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신의 한수나 알릴레오 등 유튜브만으론 중도층까지 외연을 확장할 수 없을 뿐더러 불붙은 진영 갈등에 기름을 붓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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