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 로텐더홀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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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하면서 수염을 안 깎았는데 이제 수염 깎을까요, 말까요? 안 깎는 게 좋다 손? 깎는 게 좋다 손? 안 깎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네요(웃음)"
지난해 12월6일 서울대 경제학부 강단에 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불쑥 수염 얘기를 꺼냈다. 단식 후 첫 외부일정에서였다.
단식을 거치며 황 대표와 한국당 지지층이 결집했다. 수염은 그 단식의 흔적이었다. 국회 로텐더홀 무기한 농성 끝에 24일 입원하기까지 그는 수염을 길렀다.
수염이 자랄수록 황 대표는 투사가 됐다. 장외집회에서 만난 열혈 지지자들은 그의 투쟁력에 불을 지폈다. 장외집회을 거듭할수록 발언 수위도 높아졌다. 범여권을 향해 '극좌세력', '도둑놈들'이라는 원색적 표현을 썼다.
'투사'가 된 그는 손가락으로 '아스팔트 지휘'에 나섰다. 12월18일 장외집회에서 황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가운데 기준 오른쪽은 '공수처 반대' 왼쪽은 '연동형 반대'라고 합니다. 제가 시작하면 스무 번 합니다"라고 외쳤다. 한 손으론 좌우로 지지자들을 가리키고, 다른 한 손으론 구호 횟수를 셌다.
앞서 몇 차례 장외집회에서도 황 대표는 손가락으로 구호 횟수를 셌다. 20일 장외집회서는 함성 지르는 시간이 짧다며 '30초 함성'을 주문하고 손가락으로 30초를 세기도 했다.
황 대표는 자신감을 얻어갔지만 당 안팎선 비판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언론은 황 대표의 우경화를 지적했고 툭 하면 전략 없이 장외로 나간다고 비판도 따라붙었다. 당내선 중도층을 사로잡을 메시지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황 대표가 수염을 깎고 등장한 건 12월30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내준 뒤였다. 이날 황 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도 추가로 내줬다. '목숨을 건 투쟁'은 표면상 소득 없이 끝났다.
2020년 새해 첫날 황 대표는 보수통합 메시지를 던졌다. 중도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마지막 선택지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당 의원들은 "보수통합만이 살 길"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황 대표는 3일부터 다시 장외집회에 나섰다.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 집회를 계획 중이다. 총선이 100여일 남았다. '투사형' 수염이 아닌 '진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황 대표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이 중도층인지, 아스팔트인지에 따라 총선 성패가 갈리지 않을까.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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