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뜀박질인지 보통 걸음걸이인지 발걸음을 분석한다. 사람이 많은 초저녁 강남역 인근인지, 새벽 시간 인적이 없는 골목인지를 살펴본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는지도 분석 대상이다. CCTV(방범 카메라)로 이런 모든 상황을 파악한 AI(인공지능)는 과거 범죄 통계 정보를 살펴본 뒤 범죄 확률을 분석, 실시간으로 범죄 가능성을 경고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왔을 법한 장면이다.
그러나 현실이 될 수도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일 "과거 범죄 통계 정보와 방범 카메라 영상을 자동 분석해 범죄 등 위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 기술은 어떤 유형의 범죄가 발생할지 확률로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2022년까지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ETRI는 법원 판결문 2만건을 분석해 범죄 발생 때 나타나는 요소(시간, 장소, 범죄자 인상착의 등)를 파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의 범죄 영상 데이터와 범죄 상황을 가정한 영상도 확보해 AI를 학습시킬 예정이다. 연구진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229곳 CCTV 통합관제센터와 경찰관제시스템 등에 이 기술이 적용되면 방범 카메라 영상만으로 실시간 범죄 발생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건우 신인증·물리보안연구실장은 "방범 카메라로 확인되는 현재 상황 정보를 반영해 몇 분이나 몇 시간 후 범죄 발생 위험도를 알아내게 된다"며 "범죄 발생 가능성을 최고 80%의 정확도로 예측·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유지한 기자(jhy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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