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로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54년 만에 가장 낮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그친 적은 외환 위기 때인 1999년(0.8%)과 메르스 사태로 경기가 얼어붙었던 2015년(0.7%) 두 번밖에 없었다.
정부는 극심한 저물가의 주요인으로 양호한 기상 여건에 따른 농축수산물 공급 확대와 국제 석유 가격 하락, 무상교육·통신요금 인하 등 서비스 물가 하락을 꼽으며 "일시적 현상으로 물가가 곧 반등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비 여력을 보여주는 근원 물가 상승률도 0.9%에 그쳐 1999년(0.3%)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았다. 근원 물가는 농산물이나 석유류처럼 경기 변동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하고 산출한 것으로 물가의 장기 추세를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저물가가 지속돼 소비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이 맞물리는 '디플레이션(deflation)' 상황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현재 한국 경제는 긴 불황의 늪에 빠지던 과거 일본 모습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며 "경제 활력을 키우는 정책 전환이 없으면 새해 경제도 힘들 것이며 '성장률 2%, 물가상승률 1%'도 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oasi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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