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19년 물가동향’
농수산물·석유류 가격 하락, 경기 악화로 소비·투자 위축
성장률 2% 안팎 저성장 국면…“적극적 재정·통화정책 긴요”
0%대 저물가시대의 장보기 3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2019년 소비자물가는 0.4% 상승해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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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4%를 기록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제품 가격이 크게 하락한 결과로, 이면에는 경기악화에 따른 소비·투자 부진이 놓여있다. 저물가 현상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으로 경기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19년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2019년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5로 2018년보다 0.4% 상승했다. 이는 1965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이 매달 0%대에 머무른 것 또한 처음이다. 통계청은 “수요 측 상승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석유류·농축수산물 가격 하락과 무상교육 등 정부정책 확대로 물가상승률이 둔화됐다”고 밝혔다.
석유류 물가가 5.7% 떨어져 물가상승률을 가장 많이 끌어내렸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국제유가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휘발유(-7.1%)·경유(-3.9%)·자동차용LPG(-7.8%) 물가가 모두 하락했다. 농축수산물은 양호한 기상여건으로 생산량이 늘어 물가상승률(-1.7%)이 두번째로 낮았다. 무(-25.1%)·감자(-24.1%)·마늘(-14.1%) 등의 가격 하락이 두드러졌다.
공공서비스 물가는 0.5% 떨어졌다. 택시·버스비가 올랐지만 복지정책 강화로 고교납입금(-13.5%)과 보육시설이용료(-3.9%)가 크게 하락했다. 집세는 공급물량 증가로 0.1% 낮아졌다. 전세(0.2%)와 월세(-0.4%)의 증감이 엇갈렸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학교급식비(-41.2%) 등이 감소했지만 구내식당 식사비(3.0%)와 치킨구매비(5.2%) 등 외식 물가가 높아져 가장 높은 상승률(1.9%)을 보였다.
12월 물가상승률은 0.7%로 나타났다. 8월(-0.038%)과 9월(-0.4%)에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이후 0%대 초반이던 수준에서 반등했다. 채소류 가격이 겨울철 공급 감소로 상승하고 유류세 인하 종료로 석유류 가격이 높아진 결과다.
전문가들은 2019년 0%대 저물가 현상의 원인으로 소비·투자 등 수요위축에 주목한다. 지난 11월까지 수출이 12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경기 부진으로 가계소비와 기업투자가 위축돼 물가를 끌어올리는 힘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경기 부진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2020년 물가상승률을 1.0%로 예상하지만 대내외 경기여건은 물가상승을 제약하는 변수다. 경제성장률 2% 내외의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복지 강화와 온라인 소비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은 구조적으로 저물가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
조영철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019년 저물가 현상은 구조적 변화 요인을 감안해도 총수요 위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며 “수요를 늘리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이 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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