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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5세대 이동통신

실리콘밸리서 본 2020년 글로벌 IT Trend | 새로운 10년 지배할 키워드는 ‘디지털 전환’ AI·클라우드·양자컴퓨터·5G가 일상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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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을 지배한 IT 트렌드의 키워드를 단 하나만 꼽자면 기자는 ‘파괴(Disrupt)’라는 단어가 맨 먼저 떠오른다. 2011년 1월 28일 미국의 IT 매체인 테크크런치가 중국 베이징에서 ‘테크크런치 디스럽트’라는 이름의 이벤트를 처음 개최하면서 ‘디스럽트’라는 단어는 IT 업계를 지배하는 트렌드 키워드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상황을 뜻하는 단어로 ‘디스럽트’는 매우 정확한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아이폰 등장 이후 인터넷은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됐고, 모든 사물들이 데이터를 만들어내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의 발전도 빨라졌다. 그리고 모바일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기업들이 전통적 기업들을 매우 불편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책 유통산업을 뒤흔든 경험을 바탕으로 전방위 인터넷 커머스를 확대하며 모든 산업을 위협했다. 유튜브가 전통 방송 산업을 뒤흔들기 시작했고, 에어비앤비가 호텔산업을 불편하게 만든 것이 그때였다. 우버가 태어나면서 모빌리티 혁명이 시작된 것이 2010년이었고, 최근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에게 매각된 배달앱 ‘배달의 민족’이 처음으로 아이폰용 앱을 개발해 배포한 시점도 2010년이었다. 그 이후 10년간은 가히 ‘기존 질서가 뒤흔들리는(Disrupt) 시대’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존 주가가 10년간 20배 오르는 동안 월마트 주가는 2배 상승에 그쳤다. 메이시스 같은 전통 백화점 회사의 주가는 10년 전에 비해 되레 떨어졌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구글 검색창에 ‘disrupt’라는 단어를 점점 더 많이 검색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또 어떤 파괴적 기술이 나와서 시장을 뒤흔들려 하고 있을까.’ 지난 10년간 IT 비즈니스와 관련해 수많은 사람들이 물었던 질문이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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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제나 지각변동 후에는 질서의 재편이 이뤄진다. 시장분석회사인 레이턴트뷰 애널리틱스의 벤캇 비스와나단 창업자는 포브스 기고문을 통해 “2020년의 트렌드는 ‘파괴(Disruption)’에서 ‘전환(Transformation)’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실리콘밸리의 IT 회사들이 더 이상 기존 시장 플레이어들을 불편하게 만들 기술 개발에만 중점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데이터 사이언스, 클라우드, 5G 등의 기술들이 가진 파괴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 이상으로 그들이 사람들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이 숙제가 되었다. 황성진 스탠퍼드대 경영학센터 석좌교수는 “인공지능은 아직 확실한 실용적 적용사례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푸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괴적 기술의 적용사례를 보여주는 것. 단순히 기술로써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것을 넘어서서 기술을 활용해 기업의 비즈니스 자체를 고객 중심으로 전환하여 새 판을 짜는 게 실리콘밸리 IT 기업들뿐만 아니라 이 지역 스타트업들의 고민거리가 된 것이다. 아누즈 카푸르 시스코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어떤 파괴적 기술을 가질 것이냐가 아니라 어떤 고객 만족을 줘야 하는지를 더욱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2년 반 전부터 2020년 이후 시스코의 포지션을 고민했고, 고객 중심의 기술혁신을 이뤄나가겠다는 결정 하에 다수의 기술 라인업들을 갖췄다”고 말했다. 시스코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제 인공지능은 물, 전기, 가스처럼 일상적으로 손쉽게 밸브만 틀면 나오는 상품(Commodity)이 되어 버렸다”며 “인공지능을 하는 기업이라고 해서 과거보다 더 높은 프리미엄을 받는 시대는 끝났으며, 대신 인공지능으로 무엇을 할지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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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역시 파괴적 기술을 여러 가지 문어발식으로 개발하던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의 경영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 창업자들에게 더 이상 맡기지 않고,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에게 넘겼다. 기술이 먼저가 아니라 고객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가 됐다고 본 까닭이다.

이런 추세는 이미 시작됐다. 구글의 검색어 트렌드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입력하면 2016년 이후 급격한 검색어 증가량이 관찰된다. 기존 산업들이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던 가치들을 어떻게 디지털 기술로써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지에 더 많은 관심들이 쏠리게 된 것이다. ‘파괴적 기술을 통해 고객들에게 보다 나은 가치를 준 새로운 ‘디지털 전환’의 사례는 무엇일까.’ 이것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묻고 있는 질문이다. 2020년은 이러한 거대한 트렌드가 본격적으로 전면에 등장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취재한 IT 기업들의 사례들을 몇 가지 제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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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오스터로 구글 SVP, 에이미 장 시스코 EVP


▶인공지능이 내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는 세상 - Ambient Computing

인공지능을 활용해 일반인들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이 추진하고 있는 ‘앰비언트 컴퓨팅(Ambient Computing)’이 있다. 구글의 릭 오스터로 디바이스&서비스 최고책임자(Senior Vice President)는 매일경제와 만나 “지금은 4세대 인터넷의 시대”라며 “스마트폰, 스마트 스피커, 구글 와이파이(무선공유기) 등의 제품이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도와주는 환경, 그것을 우리는 ‘앰비언트 컴퓨팅’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앰비언트(Ambient)’란 ‘무언가가 은은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는’이라는 뜻의 형용사로 각종 사물인터넷 기기들이 사용자들에게 맞춰 서비스를 전달해 주는 컴퓨팅 환경을 말한다. 과거 1세대 컴퓨팅이 ‘메인프레임’이라고 하여 사람이 이동해야만 컴퓨터를 쓸 수 있는 세대였고, 2세대가 ‘유선 인터넷’, 3세대가 ‘모바일’이었다면 4세대는 우리 주변의 인공지능 기기들이 매우 은은하고 자연스럽게 사람을 공기처럼 감싸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이는 쉽게 말해 구글의 음성 인공지능인 ‘구글 어시스턴트’가 구글 홈, 컴퓨터, 스마트폰, 손목시계 등의 모든 디바이스에 포함되어 어디에서나 유저들이 허공에다 대고 주문처럼 명령어를 넣으면 척척 문제가 해결되는 환경을 말한다.

인공지능을 이처럼 활용하는 것은 구글만의 꿈은 아니다. 삼성전자 역시 냉장고, 청소기, TV, 세탁기, 스마트폰 등 모든 가전제품에 통용되는 인공지능 환경을 가정 내에서 시연하는 서비스를 2020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예를 들면 세탁기에 넣은 빨래가 다 될 경우 시청하고 있던 TV에서 그걸 보여주면서 빨래를 건조시킬 시간이 됐다고 알려준다거나, 방에 갓난아이가 혼자 누워서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깨어난다면 이를 TV 등에서 보여주는 식의 편리한 기능들을 인공지능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구글과 삼성이 생각하고 있는 이런 인공지능 활용방안은 가정 내의 스마트 비서 형태로 점차 우리 곁에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네트워크 회사인 시스코 역시 업무환경에서 어디에나 존재하는 인공지능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글에서 일하다 ‘어컴퍼니’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뒤 시스코에 매각한 에이미 장(현 시스코 집행임원)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혀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먼 거리에 있는 동료와 마치 한 자리에 있는 것처럼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협력(Collaboration)”이라며 “이런 협력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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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힛 아론 코히시티 대표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 사생활 보호, 그리고 에지 컴퓨팅

현재 IT 기기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한 서비스에서 다른 서비스로 개인 데이터를 옮길 때 큰 문제들에 봉착한다. 예를 들면 개인이 찍은 사진을 ‘구글 포토’에 저장하던 사람들은 이 사진들을 마이크로소프트의 ‘원 드라이브’에 옮기려면 다운로드 후 업로드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구글 포토에서 원 드라이브로 자동 파일 이동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두 장의 경우 문제는 없지만 수만 장에 이르는 사진들을 옮기려면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중간 과정에서 에러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2020년 이후에는 이런 데이터의 이동성에 대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IT 회사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내 데이터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실리콘밸리의 IT 회사 코히시티(Cohesity)의 모힛 아론 대표는 매일경제와 만나 “최근 들어 부쩍 느끼는 트렌드 중 하나가 있다”며 “스마트폰 이전에는 카메라, 전화기, 컴퓨터 등을 모두 따로 들고 다녀야 했지만 이후에는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처럼, 어떤 데이터 관리수단을 사용하는지에 관계없이 하나의 수단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를 준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MS 등은 깃허브(Github)에 마련된 오픈 스페이스 공간에 각자 플랫폼상에 올라가 있는 유저들의 데이터를 쉽게 이동시킬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전송프로젝트(DTP)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데이터가 자유롭게 이동할 경우 사용자들이 느끼는 관심사 중 하나는 사생활보호다. IT 기업들로 인해 개인정보가 악용되지 않길 바라는 사용자들의 열망이 점차 커지고 있다. 2020년 1월부터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법(CCPA)’이라는 강력한 규제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개인들이 아마존, 구글 등에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Opt-out) 권한을 반드시 주도록 의무화하고, 개인들이 원할 경우 기업이 어떤 데이터들을 활용했는지 그 내역을 반드시 제공해야 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 나의 ‘셀카’를 활용해 안면인식 인공지능 고도화에 사용했다면, 내가 요청할 경우 페이스북은 그 사용사실을 반드시 공개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규제 때문에 기업들은 에지(Edge) 컴퓨팅, 즉 단말기상에서 이뤄지는 인공지능 학습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분야 4대 천왕 중 한 명인 앤드류 응 랜딩AI 창업자는 지난 테크크런치 이벤트에서 “사생활보호 문제로 인해 개별적으로 수집된 데이터들을 중앙으로 보내지 않고 단말기상에서 인공지능에게 학습시키는 인공지능 기법이 발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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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을 통한 게임과 콘텐츠 스트리밍

콘텐츠 산업이 디지털로 인해 전환되는 기점이 바로 2020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동영상 쪽에서도 활발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넷플릭스에 이어 애플TV, 디즈니+가 이미 서비스를 하고 있고, 2020년에는 ‘피콕’이라는 이름으로 NBC유니버셜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는다. 워너미디어는 ‘HBO 맥스’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오는 5월 내놓을 계획이다. 넷플릭스가 불편하게 만들었던 방송 시장에서 뒤처지기만 했던 디즈니, 유니버셜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 같은 전통적 콘텐츠 회사들이 디지털 기술을 무기로 전환에 나서는 것이다.

미국의 모바일 데이터 분석회사인 앱애니는 ‘2020 모바일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스마트폰 유저들이 2019년에 비해 2020년에 20% 증가한 6740억 시간을 동영상 플레이어를 보면서 소비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튜브,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틱톡, 스냅챗,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소셜 앱들을 통한 콘텐츠 스트리밍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고전적인 디지털 콘텐츠인 ‘게임’ 역시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진화하고 있다. 2020년은 게임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스트리밍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본격적으로 성장의 발판을 쌓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5G 서비스가 본격화되었고, 클라우드 환경이 대거 갖춰졌기 때문이다. 구글이 클라우드 기반 게임 서비스 ‘스테디아’를 2019년 출시했고, 엔비디아도 ‘지포스 나우’라는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았다.

특히 지포스 나우는 스팀(Steam)이라는 유명 게임 플랫폼과 연동하여 고사양 PC 게임들을 스트리밍 형태로 실행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쉽게 말해 고사양 PC 게임인데 저사양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끊김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클라우드’라는 이름으로 같은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 역시 이런 형태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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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샌프란시스코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 2019’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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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바이오 등 산업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 ‘디지털 전환’ 이어질 것

뤽 베송 감독의 <제5원소>라는 SF 영화에는 도시를 날아다니는 운송수단들이 등장한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교통수단. 현대자동차가 이번 CES에서 밝힌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의 구상이다. 중요한 점은 UAM이 단순한 헬리콥터가 아니라 인공지능 및 데이터 사이언스로 움직이는 모빌리티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점이다. 도시 교통수단의 운영체제(OS)를 통해 컨트롤되는 이 운송수단들은 현대차가 밝힌 것처럼 ‘인간 중심의 도시’를 만드는 핵심 요소들이다.

바이오 산업도 디지털로 인해 빠른 전환이 예상된다. 사람의 유전자를 모두 디지털로 컴퓨터에 집어넣어서 그걸로 인간의 항체반응을 미리 예측하는 일들이 계속 시도되고 있다. 인간의 뇌 회로도를 디지털로 이해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이진형 스탠퍼드대 교수는 2015년 창업한 스타트업 엘비스(LVIS)를 통해 2020년 연말께 인간의 뇌 회로를 디지털화하여 사람의 뇌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제약회사들이 인간의 항체반응을 디지털로 예측할 수 있는 솔루션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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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아마존 본사 ‘데이원’ 건물에 위치한 무인마트 ‘아마존고’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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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전통적인 제품판매 회사들이 디지털로 전환하게끔 도와주는 솔루션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새로운 전환의 사례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예로 ‘세일즈포스’라는 회사가 만드는 고객관리(CRM) 소프트웨어가 있다. 예를 들어 ‘데카트론’이라는 스포츠용품 판매 회사는 세일즈포스의 솔루션을 사용해 고객들이 ▲제품을 매우 쉽게 찾을 수 있고 ▲계산대에 줄을 서지 않고도 바로 물건을 가져갈 수 있게 했으며 ▲매장에 재고가 없을 경우 바로 집으로 물건이 택배로 배송될 수 있는 디지털 매장환경을 구축했다. 아마존과 같은 대형 회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세일즈포스의 솔루션을 사용하면 ‘아마존고’와 같은 판매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IDC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세일즈포스의 솔루션을 통해 세계적으로 420만 개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신규 수익을 창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10년간은 기술이 더 중요한 시대였다. 모바일, 인공지능, 5G, 데이터 사이언스 등이 항상 ‘퍼스트’였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이 화두가 되고 있는 지금은 ‘기술 퍼스트’의 시대에서 ‘고객 퍼스트’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 어느 누구도 인공지능과 데이터 사이언스, 5G를 활용하지 못하는 주체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기 때문이다. 이제 누가 먼저 어떤 기술을 개발하느냐의 게임이 아니라, 고객들이 갖고 있는 위급한 고통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기술들을 활용하느냐의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신현규 매일경제 실리콘밸리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2호 (2020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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