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물가 상승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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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상승률 12개월 연속 0%대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0.4% 올랐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경기가 위축한 2015년(0.7%)과 외환위기가 덮친 1999년(0.8%)의 절반 수준이다.
소비자 물가는 올해 1~7월 줄곧 0%대를 기록하다 지난 8월 -0.04%로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9월에는 -0.4%로 하락 폭이 커졌다. 10월에는 0%로 보합을 기록하다 11월 0.2%로 소폭 반등했다. 다만 12월엔 0.7% 올랐다. 6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연간으로 보면 물가 상승률이 12개월 연속 0%대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9월 8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한 것보다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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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체온계' 근원물가도 저공비행
문제는 내수 경기 ‘체온계’ 역할을 하는 근원물가지수가 저공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원 물가는 일시적 가격 변동이 큰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을 제외한 수치다. 물가의 장기적 추세를 반영한다.
올해 근원물가(석유류 및 농산물 제외지수)는 0.9% 오르는 데 그쳤다. 한 해 근원물가가 0%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1999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5년 이후로 따져도 두 차례뿐이다. 12월 근원물가(석유류 및 농산물 제외지수)도 0.7% 오르는 데 그쳤다. 사상 처음으로 소비자물가가 뒷걸음질 친 지난 9월보다는 높지만 10월 상승률(0.8%)보다 떨어졌다.
12개월 연속 물가 상승률이 부진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온다. 저물가가 장기화하면 기업은 상품·서비스값이 하락할 것을 염려해 생산을 줄이고, 소비자는 물건값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해 소비를 미룬다. 향후 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수요 부진을 인정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수요측 상승압력이 높지 않은 가운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 및 기저효과, 무상교육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역대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축·수산물이나 석유류 하락의 기저 효과 등이 사라진다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디플레이션은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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