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삐걱대고 있습니다. 지난달 가까스로 코오롱생명과학 임상개발팀장에 대한 구속을 이끌어냈지만 법원이 이우석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여전히 인보사 의혹을 둘러싼 코오롱그룹 계열사 임직원의 혐의를 확신한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을 조만간 소환해 수사의 칼날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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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신종열(47·사법연수원 26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8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허가를 허위로 받은 혐의를 받는 이우석(62)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검찰은 앞서 지난 24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약사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의자의 회사 내 지위와 업무 내용, 범죄 혐의와 관련한 피의자의 구체적 지시, 위법사항에 대한 소명 정도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까지 제출된 수사자료만으로는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소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어 서둘러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제시한 혐의와 달리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지금까지 인보사 의혹과 관련해 지금까지 구속된 인물은 코오롱생명과학 임상개발팀장 조모(46) 이사와 경영지원본부장 양모(51) 상무, 코오롱티슈진 최고재무책임자 권모(50) 전무 3명입니다. 구속 자체가 범죄 혐의를 입증하거나 유죄 여부를 정하는 절대적 잣대는 아니지만 인보사 사태가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임을 감안하면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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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조 이사의 구속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받기까지는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검찰은 지난 10월 30일 코오롱생명과학 임상개발팀장 조 이사와 바이오신약연구소장 김모(51) 상무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이 11월 4일 이들 임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은 같은 혐의로 같은 달 22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습니다. 다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한 법원은 지난 13일 조 이사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김 상무의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검찰이 ‘반쪽짜리 성과’를 거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이번에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자칫 인보사 의혹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동력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인보사 수사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에서 의사 출신인 성재호 검사와 약사 자격증을 보유한 유재근 검사가 수사를 주도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미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만큼 협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웅열 코오롱그룹 전 회장의 소환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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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답보 상태입니다. 검찰은 지난 6월 이 전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를 결정했습니다. 7월에는 법원이 소액주주들이 이 전 회장의 서울 성북구 자택에 대상으로 제기한 가압류 신청까지 인용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은 없습니다. 다만 이 전 회장은 지난 20일 인보사 의혹과는 별개 사건으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1심과 같은 벌금 3억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부친에게서 상속받은 코오롱생명과학 주식 34만여주를 차명으로 보유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혐의입니다.
인보사는 이 전 회장이 지난 1999년 신약 개발을 목표로 미국 현지에 티슈진(현 코오롱티슈진)을 설립한 뒤 18년 만에 개발에 성공한 유전자 기반 퇴행성관절염 치료제입니다. 그간 글로벌 제약사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나 항암제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한 적은 있지만 퇴행성관절염용 유전자 치료제로는 인보사가 최초입니다. 세 자녀를 둔 이 전 회장은 평소 “20년 가까이 인생을 투자한 ‘인보사’는 나의 넷째 자식과 마찬가지”라며 애정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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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이 개발한 ‘혁신 신약’으로 불렸던 인보사는 개당 600만원이 넘는 비용에도 출시 1년 4개월 만에 전국 438개 병원에서 3,707건이 투약됐습니다. 하지만 당초 허가받은 내용과 달리 종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가 포함됐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판매 승인 1년 10개월 만에 허가가 취소됐습니다. 코오롱은 성분이 바뀐 사실을 몰랐고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식약처가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습니다.
이 전 회장이 지난해 11월 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며 갑작스레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당시 이 회장은 임직원 대상으로 열린 행사장에 예고 없이 연단에 올라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껴야 했”며 “2019년 1월부터 그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며 앞으로는 그룹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며 깜작 퇴진을 선언했습니다.
이 전 회장에 대한 수사와 별개로 각종 손해배상 소송도 대기하고 있습니다.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 인보사를 판매한 코오롱생명과학 소액주주,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 국내 10개 손해보험사들이 보험금으로 지급된 인보사 판매대금 반환 소송까지 코오롱그룹의 상황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입니다. 여기에다 코오롱은 지난해에만 1조원 넘게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들 제약사가 코오롱을 상대로 계약금 반환과 위약금을 청구하면 천문학적인 금액의 국제소송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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