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착석해 있다. 이날 헌재는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가 헌법에 어긋나는지 결론을 내린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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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27일 “헌법재판소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헌법소원 각하 결정과 관련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가능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 2016년 강일출 할머니 등 피해자 29명과 유족 12명이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본 정부와 위안부 합의를 했다”며 외교부 장관(정부 대표)을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 소송을 이날 각하했다. 각하는 심리의 대상이 되지 않아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헌재는 “위안부 합의는 절차와 형식, 실질에 있어서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됐다거나 한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 권한이 소멸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헌법 소원 심판 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해 6월 “정부 간 합의 사항인 위안부 합의는 위헌 심리 대상 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헌재도 정부의 입장과 뜻을 같이 한 것이다. 헌재가 위안부 합의에 대해 위헌으로 결론을 내렸다면 또 한 번의 외교적 파장이 예상됐다. 외교부는 만일의 결과에 대비해 대응 방안을 검토해 왔다.
헌재는 위안부 문제와 함께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부작위(不作爲·해야할 일을 하지 않음) 소송에 대해서도 각하 결정을 내렸다. 외교부는 이에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며, 정부는 사할린 한인들의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하여 가능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서울고법은 전날 위안부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위안부 합의로 피해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점을 정부가 겸허히 인정한다”는 취지의 정부 차원 입장 표명을 피해자들이 받아 들이는 것으로 강제 조정했다. 이번 조정은 피해자들의 의사에 따라 이뤄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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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위안부 합의는
올해 1월 작고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기리는 다큐 '김복동' 한 장면. [사진 엣나인필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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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2월 28일 양국 외교장관의 공동기자회견 형식으로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를 했다. 합의문에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동원이 군의 관여 하에 이뤄졌음을 인정하고, ‘정부 차원의 책임 통감’과 ‘아베 총리 차원의 사죄와 반성 표명’을 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나, 한편으로 이 문제의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을 명시해 피해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문제도 ‘한국 정부가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정부는 2017년 7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직속으로 ‘위안부 합의 재검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합의 과정 전반을 검토했다. 그 결과 그해 12월 27일 “위안부 문제 협상 과정에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과 소녀상 문제 등에 대해 한·일 정부 간 비공개 합의가 있었고, 피해자 중심 접근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 측 요구를 과도하게 수용했다는 취지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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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장관은 이를 토대로 이듬해 1월 “2015년 합의는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2015년 합의는 양국 간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기에 일본 정부에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후속 조치로 위안부 합의에 의해 설립된 화해·치유 재단을 해산하고, 일본 정부의 출연금 10억엔(잔금 약 6억엔) 반환에 대비해 여성가족부 예산(예비비)을 확보한 상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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