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연말과 내년 초 취할 행동에 대해 계속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관측했다. 스스로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을 앞두고 미국의 반응을 떠보며 여러 변수를 고려중이란 것이다.
빈센트 브룩스<사진>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6일(현지시각) "김정은이 아직 내년 방침에 대한 계산을 끝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연말까지 남은 기간 동안 최종 결론을 내리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특히 최근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가 김정은의 생각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면서 "(북한은) 세 나라의 삼각 공조를 내년에 취할 행동의 변수로 상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이어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나설 수 있지만, 사이버 공격 등의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은 연합훈련을 대북 협상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다양한 위협 수단에 맞서 한미훈련을 재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내년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 결정의 조건부 철회를 발표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과의 대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또 북한이 언급한 '새로운 길'이 당 중앙위 전원회의와 신년사에서 구체화될 것이라면서 "그 실체는 도발에 기초한 전통 방식의 회귀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선택할 행동에 대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위성 발사 보다는 일본을 넘어가는 중거리 미사일이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새해 초부터 점차 도발 수위를 높인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자극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도발은 내년 중·하반기에 취할 것이란 관측이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김정은이 실제 행동보다는 '말폭탄'으로 대미 압박에 나서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이번 크리스마스에 도발 행동에 나서지 않은 데 대해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원하기 때문에 무력 행동으로 비핵화 협상을 실제로 파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이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중단을 유지하는 한편, 인공위성 발사 등 미국과의 약속을 깨지 않는 선에서의 도발에 나설 것"이라면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제시한 ‘영변핵시설 폐기’만이 북한이 할 수 있는 협상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미 압박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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