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일 위안부 합의 진정한 해결 아니다” 강제조정 결정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이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반발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법원이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신숙희)는 강일출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조정기일을 열고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피고 대한민국이 2015년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반한 것으로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을 겸허히 인정하고, 합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가 향후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대내외적 노력을 계속한다”고 했다.

양측이 결정문을 송달받고 2주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조정 내용이 그대로 확정된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28일 일본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에 10억엔을 지급함으로써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위안부 합의를 일본과 맺었다.

2016년 8월 강 할머니 등은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가 2011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어긋난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강 할머니 등은 “박근혜 정부가 2015년 한일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타결됐다고 주장함으로써 더 이상 한국 정부에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위안부 합의에 미흡한 점이 있긴 하지만, 국가 간 외교 행위인 만큼 불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결정문에 당시 협상이 타결됨으로써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결정에는 일반적인 손해배상 소송과 달리 배상 금액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국가에 근본적으로 요구한 내용이 ‘2015년 위안부 합의는 잘못된 것이었고, 이것으로 문제가 풀리지 않았으므로 계속 해결 노력을 하겠다’고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일본군 위안부 문제대응 TF는 이날 조정 결정 직후 논평을 내고 “한국 정부가 이 결정을 수용하고,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의 법적 책임 인정을 추궁하며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가 지급한 위로금 10억엔에 상응해 책정된 103억원의 반환 절차를 조속히 이행하고, 일본 정부가 국제보편기준에 따라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강 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위안부 합의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도 제기한 상태다. 헌법소원 선고는 27일이다.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한다고 공식 발표한 2018년11월2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에서 열린 제1362차 수요집회에서 참석자들이 ‘2015한일합의’, ‘ 화해치유재단’이라고 적힌 노란색 종이를 찢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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