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1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소녀상이 시민들이 입혀준 목도리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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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조정 절차를 거쳐 마무리된다.
26일 서울고법 민사33부는 강일출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했다. 양측이 14일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이대로 소송은 끝나게 된다.
피해자 법률대리인 측(민변 위안부 TF)에 따르면 결정문에는 “피고 대한민국이 2015년 한일합의가 피해자중심주의 원칙에 반한 것으로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점을 겸허히 인정하고 2015년 한일합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향후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대내외적인 노력을 계속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2015년 한일합의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한편 2016년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는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2년에 가까운 심리 끝에 1심 법원은 2018년 4월 위안부 할머니들의 소송을 기각했다. 당시 법원은 “피고 대한민국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불충분한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한 측면이 있지만,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며 소송 진행을 둘러싼 상황도 변했다. 2017년 12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사실상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파기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위안부 할머니 측과 대한민국 정부 사이 소송에 조정 여지가 생긴 것이다. 항소심에서는 지난 10월부터 양측 요구에 따라 조정 절차에 들어갔고 2~3차례 조정 끝에 이날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이 나왔다.
앞서 피해자 측은 피해자 1명당 1억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청구했지만 이날 결정문에는 손해배상 금액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명확하게 승-패가 나뉘는 소송이 아닌 당사자 협의를 통한 조정 절차를 거쳤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소송을 낸 목적이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피해자 변호인은 "어떤 정권인가를 떠나 피고 대한민국 자체가 2015년 한일 합의로는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다시 확인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법률대리인 측은 결정 이후 한국 정부가 약속한 대로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근거해 몇 가지 촉구사항을 발표했다. ▶피해자들의 명예ㆍ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 ▶일본 정부가 지급한 ‘위로금’ 10억 엔에 상응해 책정된 103억원에 대한 일본 정부 반환 절차를 조속히 이행할 것 ▶일본 정부가 국제 보편 기준에 따라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명예ㆍ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촉구할 것을 포함해 적극적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피해자 할머니들이 헌법재판소에 낸 헌법소원심판의 결과는 27일 나온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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