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승인 주요 조건. 그래픽=강준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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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 인수를 승인하면서 알뜰폰 활성화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알뜰폰이 저렴한 선불 요금제 중심 판매로 성장 한계를 겪고 있으니, LG유플러스의 주요 후불 LTEㆍ5G 요금제를 알뜰폰 업체들이 저렴하게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게 골자다.
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알뜰폰 업체들이 비싼 5G 요금제를 출시할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정부 조치는 알뜰폰 LTE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가의 프리미엄 5G 요금제 판매에 주력하고 LTE 점유율은 알뜰폰 시장을 활용해 규모를 키우는 ‘투트랙’ 전략을 세워 둔 LG유플러스의 방향대로 시장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알뜰폰 5G 요금제 실효성 있나
알뜰폰은 이동통신 3사의 망을 빌려 저렴한 요금제를 운영하는 사업이다. 이통 3사의 요금제를 도매로 할인받아 사들인 뒤 일정부분 이윤(마진)을 붙여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도매로 사오는 가격을 ‘도매대가’라고 부르며 보통 도매대가는 이통사 요금의 70% 수준이다. 이통사의 10만원짜리 요금제를 알뜰폰은 7만원에 사들인 뒤 소폭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조건으로 속도 제한이 없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제외한 5GㆍLTE 요금제를 LG유플러스가 알뜰폰 사업자들에 모두 도매제공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5G 도매대가를 66%까지 인하하도록 했다.
문제는 알뜰폰 5G 요금제 실효성이 낮다는 점이다. LG유플러스의 가장 저렴한 5G 요금제 월 5만5,000원 상품에 66% 도매대가를 적용하면 알뜰폰 업체는 3만6,300원에 이 요금제를 사들일 수 있다. 마진을 붙이면 이보다 살짝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LG유플러스 5G 가입자 대부분은 매월 25% 요금을 할인받는 선택약정할인제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월 요금이 4만1,250원까지 내려간다. LG유플러스와 알뜰폰 요금제 가격 차가 너무 적은 문제가 있다.
◇LTE 도매대가 인하 경쟁 유도한 정부
LG유플러스 LTE 요금제 도매대가에 정부가 붙인 조건은 1위 이통사인 SK텔레콤 도매대가 대비 최대 4%포인트 인하다. 예를 들어, 10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SK텔레콤 LTE 요금제(월 6만9,000원)의 알뜰폰 도매대가는 62.5%인데, LG유플러스 같은 상품 도매대가는 58.5%가 되는 것이다. 알뜰폰 업체는 월 4만365원에 100GB LTE 요금제를 사올 수 있다. 알뜰폰 업체들은 SK텔레콤보다 LG유플러스에서 LTE 요금제를 사오는 게 훨씬 이득인 셈이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LG유플러스에서 더 낮은 알뜰폰 요금제가 나오면 경쟁사인 KT와 SK텔레콤이 당연히 따라오게 된다”며 “그러면 이용자 이익이 커지고 가계통신비가 절감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저렴하고 다양한 요금제를 알뜰폰이 출시해야 경영여건이 좋아지기 때문에 이 같은 조건을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알뜰폰으로 LTE 방어” LGU+ 전략 주목
이 같은 알뜰폰 조건을 설명하면서 과기정통부 측은 “LG유플러스가 먼저 제시한 내용들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알뜰폰 선두주자인 CJ헬로를 손에 넣으면 LG유플러스가 알뜰폰 시장에서 지배력이 과도하게 올라갈 수 있으니 알뜰폰 사업은 분리해 매각하고 나머지 사업에 대해서만 인수를 승인해야 한다고 경쟁사들은 주장했지만, 이 실장은 “분리매각도 심각하게 고민했으나 LG유플러스가 제안한 조건을 부과하는 것이 오히려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고 가계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가 KT나 SK텔레콤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알뜰폰 요금제를 내어주겠다고 결정한 배경에는 지난 9월 LG유플러스가 발표한 알뜰폰 지원 프로그램과 맞닿아 있다. 당시 LG유플러스 측은 “5G 망을 알뜰폰에 열어준다 해도 비용을 감내할 알뜰폰 업체는 많지 않다”며 “앞으로 이통사는 5G 프리미엄 서비스 쪽으로 갈 것이고 알뜰폰 사업자는 LTE에 주력하며 수익이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알뜰폰 LTE 가입자 확대’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LG유플러스의 방향성에 맞게 인수 길을 터줬다. 더군다나 이번 결정으로 1개 이통사는 1개의 알뜰폰 자회사만 둘 수 있다는 ‘1사 1MVNO(알뜰폰)’ 원칙도 깨졌다. LG유플러스는 이미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통해 알뜰폰 사업을 운영 중인데 CJ헬로 인수로 알뜰폰 자회사가 2개가 됐기 때문. 이 실장은 “다른 이통사가 알뜰폰 인수를 시도하면 이번과 같이 가계통신비 절감 시각에서 바라볼 것”이라며 “1사 1MVNO 원칙은 깨진 게 맞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알뜰폰은 2만원대 이하 요금제 비중이 75%에 달하고 외국인 등이 쓰는 선불요금제에 과도하게 치중돼 있다”며 “지금 당장은 이통사가 인수한다고 당장의 이익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 이통사마다 경영환경,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이번 투트랙 전략의 효과를 주시하면서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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