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
우리나라가 5세대(5G) 이동통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지 8개월이 지났다. 상용화 추진 과정에서 무리한 일정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상용화 로드맵을 시장에 제시하고, 기업은 이를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함으로써 커다란 이정표를 세울 수 있었다.
우리 생활에도 5G가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유명 운동선수가 나의 운동 자세를 교정해 준다. 가상의 e스포츠 경기장에서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한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5G 자율주행버스를 타고, 홀로그램으로 통화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최초 상용화의 산업 효과도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네트워크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네트워크 장비 세계 시장 점유율은 5%에 불과했지만 올해 3분기에는 11%로 성장했다. 5G 장비에 한정할 경우 23%로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또 네트워크 장비·부품 중소·중견기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 동반성장 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희소식임에도 5G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우리나라보다 약 55분 늦게 상용화에 성공한 미국, 내년 상용화 일정을 앞당겨 지난 11월 1일 상용화한 중국, 도쿄올림픽 이전에 상용화하려는 일본 등 경쟁국들의 도전이 매섭다. 세계 최초를 넘어 '5G 일등 국가'가 되기 위해 민·관이 다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우리는 이미 상용화 직후부터 5G 연관 산업·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5G+ 전략'을 수립하고 10개 관계 부처와 민간 업계·전문가가 참여하는 '5G+ 전략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추진 체계를 구축했다.
우리나라가 경쟁국에 비해 내수 시장은 작지만 이통 강국이자 세계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민·관이 협력한다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잠재력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초기 시행착오를 통해 레퍼런스를 조기에 확보, 한정된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이라는 더 큰 무대에 진출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일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본 통신사에 5G 기지국을 수출하고, 중국 통신사에 5G 솔루션과 콘텐츠를 수출한 것과 같은 성과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
정부는 세계 일등 5G 국가를 위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안 기준으로 올해보다 87% 증가한 약 65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시험·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12개로 확대해 공공분야 마중물 지원을 강화한다.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한 5G 융합서비스 규제 완화와 더불어 5G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수출금융 등 전방위 지원을 할 것이다.
또 5G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데이터, 인공지능(AI)에 대한 지원도 균형있게 추진한다. 이달에 발표할 'AI 국가전략'은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정책을 완성하는 마침표이자 우리나라가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는 5G 시대라는 누구도 가 보지 못한 미지의 길을 가고 있다. '세계 최초'로 달려가고 있어 더욱 어렵고 힘든 길이다. 그러나 5G 상용화 과정에서와 같이 기업과 정부가 뜻을 모아 협력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이 5G를 활용해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편의를 누리고, 중소기업은 생산성이 향상돼 산업 현장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5G 일등 국가'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자.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denver6804@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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