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은 1채를 제외하고 처분해 달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권고'가 공직사회를 뒤흔들었다. 노 실장은 정부가 초강력 집값 안정책인 12·16 대책을 내놓은 지난 16일 "솔선수범"이라며 △대통령 비서실과 안보실의 비서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 중 △수도권 내 강남 3구,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에 집이 2채 이상 있다면 1채만 남기고 팔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공직자 재산신고 기준으로 현직 해당자가 11명이라고 밝혔지만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고위 공무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에서 당위성은 있다. 그러나 '다주택이면 다 나쁜 것이냐'는 해묵은 논란에도 불을 지폈다. 다주택자를 모두 적으로 돌려선 곤란하다는 반론이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최경민 기자 |
◆집 인근서 부모부양..불가피한 사정
당사자들의 반응도 크게 3가지다. 노 실장이 대략 시한으로 정한 6개월 내 가급적 팔겠다는 '수긍', 가족과 상의해보겠다는 '신중', 부모 부양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는 '곤란'이다.
이호승 경제수석은 성남 분당에 집이 2채다. 본인 집에 가족이, 배우자 명의의 다른 집에 장모님과 처제가 산다. 가까운 곳에서 장모님을 부양하는 셈이다. 장모님이나 처제가 이 수석 배우자로부터 그 집을 매수하는 건 이들의 경제사정상 무리라고 한다.
유송화 춘추관장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 중계동에 각각 공동명의 및 배우자 명의로 아파트 1채씩 2채가 있다. 한 곳에 유 관장 부부와 자녀가 살고, 다른 한 채엔 2004년부터 시부모님이 산다. 이를 반드시 팔아야 하는 대상으로 보긴 어려울 수 있다.
노영민 실장 본인도 서울 서초구, 국회의원 지역구이던 충북 청주에 아파트 1채씩 있다. 노 실장은 11명에서 제외된 걸로 알려졌다. 청주는 해당지역이 아니므로 사실상 서초구 1주택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한 지역과 상황에 따라 잣대가 바뀐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여권은 집권 초 다주택자를 무조건 죄악시할 수는 없다는 견해를 보여왔다. 2017년 5월,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은 "닭 한 마리, 빵 한 조각의 사연이 다 다르더라"고 토로했다. 이는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장관후보자 인사청문 과정서 불거진 검증논란에 사과한 표현이긴 하다.
그러나 일률적으로 다주택자를 매도할 수 없다는 여권의 고민을 관통하는 비유다. 다주택자의 경우 투기 논란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죄악시 못해→솔선수범, 달라진 靑
2017년 8월, 김수현 당시 사회수석은 강력한 8.3 부동산대책을 내고 기자들과 만나 다주택자라면 '책무'가 따른다고 했다. 무조건 나쁘다고 보는 시각과는 거리가 있다. 이 때문에 강력한 집값 안정 대책과 함께 고위공직자들에게 "집을 팔라"고 하는 방침은 집권초와 달라졌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올들어서도 3월25일 최정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그의 3주택 보유가 논란이 됐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후보자가 장기 보유자로 이익실현을 한 적이 없다며 "다주택자가 죄는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을 종합하면 대상자는 수석급에서 △김조원 민정수석(서울 강남구, 송파구) △이호승 경제수석(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2채) △이공주 과학기술보좌관(서울 종로구 단독주택과 용산구 오피스텔)이다.
비서관급은 △박진규 통상비서관(서울, 과천시, 세종시 등 4채) △강문대 사회조정비서관(서울시 강서구 아파트 2채) △박종규 재정기획관(서울시 강동구·서초구 아파트)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경기도 과천시 아파트 분양권, 서울시 마포구 아파트) △유송화 춘추관장이다.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서울시 강남구 아파트, 세종시 아파트), 강성천 산업정책비서관(서울시 용산구 단독주택, 세종시 아파트), 조성재 고용노동비서관(서울시 송파구 아파트, 세종시 아파트)도 있다. 세종의 경우 '수도권'은 아니지만 역시 투기지역에 포함된다. 이상 11명이다.
김애경 해외언론비서관은 서울시 중구, 경기 고양에 각각 아파트를 가졌으나 고양(일산) 아파트는 투기·과열 지역이 아니다. 그는 증여받은 서울 마포 다세대주택을 청와대 근무 이후 증여해제했다.
청와대는 이 권고에 강제력이 없으며 '불가피한 사유'는 예외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반응은 달랐다. 전격적인 12.16 집값대책과 동반해서 나온 강력 권고는 청와대 담을 넘어 사실상 모든 공직사회를 향한 '경고'로 읽힌다.
아래는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16일 문답.
- 투기과열지역은 아니지만 그 전에 과열이 우려되는 조정대상지역도 있는데.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그런 지역이라면 다 해당이 될 것이라고 본다. 취지 자체가 그렇다. 그 개념을 다시 판단해 보겠다.
- 다른 부처로 이 권고가 확대되나.
▶권한 밖의 일이다. 다만 청와대 고위공직자가 동참한다면 아마도 다른 부처의 고위공직자에게도 영향, 파급은 미치지 않을까 한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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