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야생 멧돼지 포획 과정에서 벌어진 동물학대 영상을 제보받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수렵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총에 맞은 듯 주저앉은 멧돼지를 둘러싸고,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멧돼지를 향해 수차례 발길질을 하다가 대검을 이용해 목을 찌르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들은 완전히 다 자라지도 않은 것으로 보이는 멧돼지를 향해 다시 발길질을 하기도 했다.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야생 멧돼지 포획 과정의 학대 영상. 동물자유연대 제공. |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야생 멧돼지 포획 과정의 학대 영상. 동물자유연대 제공. |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야생 멧돼지 포획 과정의 학대 영상. 동물자유연대 제공. |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야생 멧돼지 포획 과정의 학대 영상. 동물자유연대 제공. |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야생 멧돼지 포획 과정의 학대 영상. 동물자유연대 제공. |
동물자유연대는 이 영상 속 내용에 대해 수렵이 아니라 잔인한 학살이며 현행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명백한 동물학대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영상 속에서 “수렵인들 스스로도 ‘완전히 잔인한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잔혹한 장면도 충격적이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이러한 동물학대 행위에 국가의 포상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동물자유연대는 “9월 17일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 발생으로부터 세 달이 지난 지금 이땅의 야생 멧돼지들은 그야말로 지옥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해당기간 동안 총 14곳의 농가에서 ASF가 발병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정확한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는 “그럼에도 접경지역의 야생 멧돼지로부터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가 나오면서 정부는 야생 멧돼지가 ASF확산의 주범이라는 ‘심증’을 굳힌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여기에 야생 멧돼지의 개체수를 조절해 질병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더해지자 ‘우선 죽이고 보자’는 행정편의주의적 방역대책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며 “질병의 확산 속도, 확산 가능성 등 과학적 근거와 고민 없이 마구잡이식 포획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4일 환경부는 ‘질병에 걸린 야생동물신고제도 운영 및 포상금 지급에 관한 규정’ 관련 고시를 개정해 멧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거나 걸렸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 장소 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이 우려되는 특정 시기에 환경부장관 또는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으로부터 멧돼지 포획을 허가받아 포획 후 신고한 자에게 마리당 포상금 2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로 인해 “전국에서 살육의 축제가 벌어지며, 올해 10월 15일부터 12월 10일 현재까지 3만5541마리가 포획돼 죽음을 맞았다”며 “멧돼지들의 억울한 죽음을 위해 쏟아 붓는 국민의 혈세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환경부는 11월 국무회의를 거쳐 포획 예산 60억원을 포함한 야생멧돼지 개체수 저감 예산 167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2020년도 예산안에도 기재부의 반대로 야생동식물보호 및 관리 예산에서 사육곰 생츄어리 예산이 빠진 대신 야생 멧돼지 포획 관련 예산이 그 자리를 채웠다. 동물자유연대는 “질병의 확산으로부터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질병에 걸린 야생동물 신고제도 운영 및 포상금 지급에 관한 규정’이 어느새 야생동물을 잡아 죽이기 위한 규정으로 둔갑하고, 야생동식물보호 및 관리는 야생동물 박멸로 탈바꿈하는 믿지 못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동물자유연대는 정부의 멧돼지 포획에 대해 “언뜻 ASF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로 보일 수도 있으나, 실상 정부의 관리실태는 표면상 내세운 ‘방역’이라는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무분별하게 진행했던 살처분 현장은 ‘신속함’만 있었을 뿐 사후 인력과 현장 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체들로부터 나온 피가 하천으로 흘러드는 사단이 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멧돼지 포획 현장에서는 포획한 야생 멧돼지 사체를 제대로 처리 하지 못해 현장에 방치하거나 이를 취식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생명의 존엄을 망각한 정부와 이들이 펼치는 정책시행 과정 속에서 영상 속 동물학대와 같은 행위들이 독버섯처럼 퍼지는 것은 놀라울 일도 아니다”라며 “결국 ASF라는 국가적 재난을 가장 약자인 동물에게 그 죄를 뒤집어씌우고, 가장 손쉬운 방법인 죽여서 막으려 했던 정부가 이번 동물학대사건의 진정한 배후”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멧돼지를 잔혹 살해한 수렵인을 강력 처벌할 것”을 주장했다. 또 환경부에는 유해조수 및 질병에 걸린 야생동물 포획과정에서의 기준 및 윤리규정을 수립할 것을, 농림부에는 과학적 근거 없는 살상 위주의 방역정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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