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와 확장의 기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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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하는 일에 인색하다. 더욱이 그러한 의심이나 질문에 대한 평가는 야박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역사를 한번만 돌이켜보면 이따금 예상치 못한 양상이 펼쳐졌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지구가 자전을 하거나 생명이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 한번도 느끼거나 보지 못한 채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어떠한가?
이에 대해 저자는 인간과 인간 아닌 동물을 뚜렷하게 경계지을 수 있다는 신화적 믿음을 파헤치며 인간이 무엇인지를 정의하고자 했으나 번번이 좌초되었던 실패의 역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이와 같은 질문이 과연 우리 삶에 무슨 보탬이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종차별이나 우생학의 역사를 떠올려 본다면 이러한 근본적이고 성찰적인 질문이 왜 중요한지 자명해진다.
사실 이 문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잠재적 위험으로 남아 있다. 사회는 개량될 필요가 있다는 믿음과 유전학의 잘못된 만남은 은밀한 형태의 우생학을 부추기며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월한 유전자’란 표현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여과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과도한 불안과 공포 역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유전학을 통해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두려운 일은 유전학이 인간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찰스 다윈(1809~1882)의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확신은 대개 지식보다는 무지에서 나온다.”
전주홍 | 서울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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