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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전주홍의 내 인생의 책]②우리가 정말 인간일까? - 펠리페 페르난데스 아르메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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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와 확장의 기로에서

경향신문

우리는 대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하는 일에 인색하다. 더욱이 그러한 의심이나 질문에 대한 평가는 야박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역사를 한번만 돌이켜보면 이따금 예상치 못한 양상이 펼쳐졌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지구가 자전을 하거나 생명이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 한번도 느끼거나 보지 못한 채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어떠한가?

이에 대해 저자는 인간과 인간 아닌 동물을 뚜렷하게 경계지을 수 있다는 신화적 믿음을 파헤치며 인간이 무엇인지를 정의하고자 했으나 번번이 좌초되었던 실패의 역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이와 같은 질문이 과연 우리 삶에 무슨 보탬이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종차별이나 우생학의 역사를 떠올려 본다면 이러한 근본적이고 성찰적인 질문이 왜 중요한지 자명해진다.

사실 이 문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잠재적 위험으로 남아 있다. 사회는 개량될 필요가 있다는 믿음과 유전학의 잘못된 만남은 은밀한 형태의 우생학을 부추기며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월한 유전자’란 표현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여과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과도한 불안과 공포 역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유전학을 통해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두려운 일은 유전학이 인간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찰스 다윈(1809~1882)의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확신은 대개 지식보다는 무지에서 나온다.”

전주홍 | 서울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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