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검찰로 송치되는 고유정. |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고씨에 대한 아홉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사망한 의붓아들 ㄱ군(5)을 부검한 부검의와 이를 감정한 법의학자 등 2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부검을 맡았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ㄴ씨는 “ㄱ군은 얼굴과 목, 가슴, 넓적다리 등에서 광범위한 점출혈이 다수 발견됐는데 이는 질식의 근거로 볼 수 있다”며 “점출혈의 분포를 봤을 때 가슴 등 몸통 부위가 눌려 호흡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압착성 질식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ㄴ씨는 이어 “다만 점출혈 이외에 목 등에서 피하 출혈이나 근육간 출혈, 골절 등 외력에 의한 손상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은 아니”라며 “코와 입이 막혀 질식에 이르는 비구폐쇄 질식사는 아무런 사인이 남지 않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압착성 질식사와 함께) 비구폐쇄가 동반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법의학자 ㄷ씨는 “질식은 눈에 보이는 손상이 뚜렷하지 않아 상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가슴이나 허벅지 등 몸통에 넓고 창백한 압박의 흔적이 있고, 아이 얼굴에 이불 패턴이 선명하고 일정하게 남았으며 울혈점(점출혈)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다”며 “몸통 전반에 상당기간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외력이 가해진 외상성 질식사(압착성 질식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반(사후 혈액이 아래로 쏠려 시신에 나타나는 반점)이 가슴과 등 앞뒤로 형성된 것으로 보아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피해자를 발견한 시각(오전 10시) 이전 4∼6시간 사이에 범행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어린아이가 함께 잠을 자던 어른에 의해 눌려 질식사했을 가능성과 돌연사의 가능성 등을 제기했다. 법의학자 ㄷ씨는 “4살 아이에게 외상성 질식사가 나타나려면 성인의 다리가 올려진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또 가해어른이 술에 취해 몰랐다거나 피해자가 전혀 저항하지 못할 상황과 같은 특정 조건이 아니라면 4살 아이가 성인 몸에 눌려 사망할 가능성은 없고, 영아급사 증후군과 같은 급사나 돌연사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고씨에 대한 재판은 전 남편 살해사건과 의붓아들 사망사건이 병합돼 진행되고 있다. 다음 공판은 2020년 1월 6일 오후 2시 열린다.
고씨 변호인 측은 다음 기일에 피고인 심리상태에 대해 증언하기 위해 피고인의 동생을 불러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고씨의 의붓아들인 ㄱ군은 제주에서 올라온 지 삼일째인 지난 3월2일 오전 10시쯤 청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ㄱ군은 아버지와 함께 자고 있었고, 고씨는 다른 방에서 자고 있었다. 검찰은 고씨 현 남편 모발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인 독세핀이 검출된 점과 의붓아들이 숨진 날 새벽 고씨가 깨어있었던 정황증거를 토대로 고씨가 엎드려 자고 있던 ㄱ군을 10분 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씨는 이어 5월 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도 받고 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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