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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진짜 위험은 정치인의 하는 척" 툰베리의 질책, 예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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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기후총회, 역사상 가장 길었지만…

국가간 의견 차 커 배출권 시장 규정 못 정해

내년 11월 COP26로 논의 미루기로

이데일리

△11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연합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연사로 초청된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강당 앞으로 나가고 있다. [사진=AFP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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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진짜 위험은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이 뭔가 ‘하는 척’하는 것. 종합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의 핵심이지만, 각 국가들은 이번 총회를 자국의 약점을 가리지 위해 협상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스웨덴 출신의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의 질책은 예언이 됐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5차 국제연합(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15일(현지시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폐막했다. 11일 툰베리가 유엔 총회에 참석할 때만 하더라도 아낌없는 박수를 퍼부었던 정상들은 그들의 기만을 스스로 드러낸 꼴이 됐다.

이번 총회는 2020년 파리 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 시행 전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파리협정은 내년 만료하는 교토의정서를 이어받는 국제협약이다. 교토의정서가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했다면 파리협약은 196개 당사국 모두에게 구속력을 가진다. 다만 이미 개발 수준이 높은 선진국과 앞으로 경제 발전을 위해 개발을 하는 개발도상국에 똑같은 의무를 지우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에 따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목표치를 달리 제시하기로 했다.

이번 총회는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 계산 방법, 거래금액의 개도국 지원 사용 등 파리협정 이행에 필요한 17개 이행 규칙을 모두 완성하는데 목표를 뒀다. 그러나 실제 논의에 들어가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 사이에서도 에너지 보유국과 비보유국, 온실가스 감축안에 대한 준비 정도에 따라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미국은 일찍부터 2020년 11월 파리협정 탈퇴를 예고, 총회 전부터 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리 협정은 미국에 가장 부당한 협정”이라며 “미국과 미국 기업, 미국 노동자, 미국 시민에게 공정한 조항(term)을 바탕으로 파리협정에 재가입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계약’(transaction)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석탄 등 화석연료를 수출하는 호주 역시 반대의견을 냈고,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소가 멈춰서면서 화석연료 비중이 높은 일본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반면 친환경 정책에 대해 관심이 많은 유럽연합(EU)과 온난화 현상으로 해수면이 높아지면 수몰 위기에 놓인 섬나라 투발루는 엄격한 규제를 요구했다.

의견이 좀처럼 정리되지 않으면서 회의는 이틀이나 연장, 역대 최장 기간 개최됐지만,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1년 후를 기약하며 해산했다. 다음 제26차 COP은 내년 11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릴 예정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제 사회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재원 마련 등 높아진 포부를 보여줄 주요한 기회를 놓쳤다”고 실망을 표출했다.

기후 및 에너지 싱크탱크인 파워시프트아프리카의 모하메드 아도우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총회는 내가 본 것 중 최악의 회의”라면서 “과학자들이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위기를 경고하고, 수백만의 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가운데, 우리가 마드리드에서 목격한 것은 전 세계 사람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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