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한 기업 관계자가 회계법인과의 감사보수 협상 과정에서 뱉은 말이다. 보수를 급격하게 올리지 말아야 할 이유로 ‘사장님’을 들이대니 말문이 막힌다. 무작정 ‘두 배는 안된다’는 막무가내식 반대도 다반사다. 기업부담이라는 ‘치트키’를 사용해 증가세를 막으려는 여론전도 활발하다.
신(新)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최대 250%까지 감사보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말 감사계약전(戰)이 치열하다. 보수인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표준감사시간제가 도입되면서 과거보다 감사투입시간, 회계인력 등은 갑절 가까이 늘었다. 주52시간제로 회계사 1인이 사용할 수 있는 ‘절대시간’도 줄었다. 180여개 회계법인들이 난립해 경쟁적으로 보수를 깎던 시대도 끝났다. 감사인등록제로 40여개 회계법인들이 상장사를 감사하게 돼 자연스레 회계법인 몸값도 올랐다. ‘사장님 왈’ 같은 궁색한 이유로 인상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만 ‘정도’가 문제다. 당국과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제도시행 첫 해가 큰 잡음없이 ‘조용히’ 지나가길 바란다. 하지만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격언을 적극 활용한 사례들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감사인지정을 받은 상장사에게 과거대비 3배에 달하는 시간당 보수를 부른 회계법인부터 6배까지 부른 경우도 들린다.
회계법인들은 너도나도 ‘리스크’를 앞세운다. 재무상황이 좋지 않아 감사인을 지정받은 기업들에 시간과 인력이 두배, 세배 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감사대상 기업이 폭증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들의 상황은 그대로다. 바뀐건 회계제도 뿐이다. 회계법인들은 신외감법 시행 전 낮은 보수로도 리스크 높은 기업들을 충분히 감사해왔다. 지나치게 낮았던 보수의 정상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급격한 보수증가세는 오히려 기업들의 ‘리스크’를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
돈계산을 업으로 삼는 회계법인과 이윤창출을 우선하는 기업들의 계산법을 보고 있자면 ‘주먹구구’라는 말이 어울린다. 그럴듯한 이유들을 붙이지만 결국 각자의 욕심이 보수흥정의 기준이 되고 있다. 서로의 기준을 조금씩 양보해 제도안착의 길로 나아갈 지혜가 필요하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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