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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백납병, 10폭병풍이 이동식 미술관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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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옥션 18일경매 '백납병' 출품

정선,김홍도,강세황 등의 서화 54점

조선 300년 미술 담은 이동식 미술관

정조의 화성능행도, 구운몽도 등 출품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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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폭 병풍 하나가 ‘조선 미술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백납병(百納屛)’이다. 새빨갛게 흐드러진 여뀌꽃과 주홍빛 패랭이꽃 주변의 매미와 개구리를 그린 ‘초충도’와 버드나무 아래에 앉은 두 사람을 섬세하게 그린 ‘수하인물도’, 구름에 에워싸인 채 앞발을 쭉 내민 상서로운 용을 담은 ‘운룡도’는 겸재 정선의 작품이라 한다. 다리를 건너던 선비가 보름달에 넋을 잃고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을 동자가 재촉하는 서정적인 작품 ‘천진완월’과 연녹색 새순 틔운 나무 아래로 소 탄 목동이 피리불며 지나가는 ‘목우도’, 흙둑을 걸어가는 사내를 그린 ‘산수인물도’는 단원이라고 쓴 관서(款書)로 미뤄 김홍도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이인문 특유의 짧고 반복적인 부벽준으로 물 흐르는 계곡을 그린 ‘산수도’와 농묵·담묵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강세황의 문기(文氣)를 드러낸 ‘산수인물도’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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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부터 300여 년의 조선시대 미술을 다채롭게 품은 너비 35.7㎝, 높이 134.8㎝의 병풍 10폭으로 이뤄진 ‘백납병’이 오는 18일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리는 제154회 경매에 나온다. 추정가는 8억~15억원이다. 백납병은 다양한 그림을 모은 병풍이라는 뜻으로, 서화 수집가가 자신의 소장품을 감상하기 좋게 하나의 병풍으로 제작한 것이다.

병풍을 좌우 5폭씩 나눠서 봤을 때, 대각선을 이루며 부채 그림을 배열한 것도 독특하다. 이들 부채 10점 중 9점은 말갛고 서정적인 화풍을 구사한 학산 김창수의 작품들이다. 작가 이름이 확인된 것 못지않게 무낙관(無落款)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필치가 범상치 않은 ‘바둑두는 인물화’ ‘나한도’ ‘백마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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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옥션 측 관계자는 “이들 작품을 모은 소장가라면 조선 회화에 식견이 있고 신중히 선별한 인물로 추정할 수 있다”면서 “일본 동경에서 존재가 확인된 이 ‘백납병’은 서화에 관심 많고 조선의 문화계 인사들과 교류도 활발했던 야마가타 이사부로(1857~1927)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이 소장했다고 구전으로 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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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옥션은 이번 경매에 총 86점, 약 87억원 규모의 미술품을 내놓는다. 가장 주목해야 할 작품은 정조가 1795년에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부친 사도세자의 묘소인 현륭원에 행차하며 벌어진 장면들을 8폭으로 그린 ‘화성능행도(華城陵幸圖)’이다. 정조의 화성능행도가 8폭이 온전한 것은 국내에 4점 뿐인데, 국립중앙박물관·국립고궁박물관·삼성미술관과 더불어 이 출품작이 꼽힌다. 이 병풍은 지난 2015년 수원화성박물관 전시에 선보이는 등 학계에서는 꽤 알려진 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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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 김만중의 소설을 8폭 병풍에 나눠 그린 ‘구운몽도’도 경매에 오른다. 능호관 이인상의 ‘묵란도’(이하 추정가 4,000만~1억원)는 유홍준의 ‘화인열전2’에서도 소개된 적 있는 개인소장품이 경매에 나와 눈길을 끈다. 일본식 채색화의 영향을 받은 궁중황계도(4억~8억원)는 어슴푸레한 새벽을 뚫고 솟은 태양과 홰치는 닭, 날아오르는 다양한 새들을 담은 구성이 인상적이다.

근현대 작품으로는 지난달 홍콩 경매에서 132억원에 낙찰돼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 기록을 다시 쓴 김환기의 ‘산월’(4억~6억원), 파란색 선들을 반복적으로 내려 그은 이우환의 1978년작 ‘선으로부터’(3억~5억원) 등이 새 주인을 찾는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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