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이듬해 경기전망이 봇물을 이룬다. 연구원에 있다 보니 각국 정부기관이나 국제기구들의 전망은 물론 민간부문의 학자나 전문가 및 투자자들의 예측도 유심히 보고 있다. 그런데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내년에는 글로벌 경제가 ‘리세션(recession)’에 빠질 지 모른다는 우려를 많이 본다.
리세션은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기침체 상황을 의미한다. 올해 9월에 유엔 산하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은 2019년 글로벌 경제가 최근 10년 내 가장 약한 경기확장세를 기록할 것이고, 내년에는 글로벌 리세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 노딜 브렉시트,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등 여러 가지 징후가 그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10월에는 무디스(Moody‘s)가 향후 12~18개월 이내에 글로벌 경제가 리세션에 빠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발표했다. 무디스는 미국, 일본, 영국 등과 함께 한국도 경기둔화 상태에서 리세션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국가군에 포함했다. 게다가 10월 말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월에는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가 한국도 리세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지금까지의 주류적인 글로벌 경제전망은 성장세가 둔화 내지 정체될 정도이지 리세션까지는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주식시장은 계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실업률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소득이나 소비증가세도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되었던 부동산시장 전망도 비슷하다. 올해 들어서 뉴욕, 런던 등 세계적인 대도시의 부동산가격이 2∼3%씩 떨어지긴 했지만 큰 폭의 하락은 없었고, 단기적으로 크게 하락할 가능성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경제건 부동산 시장이건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11월에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2.9%이고, 2021년에도 3.0%라고 한다. 올해와 같은 저성장세가 적어도 향후 2년간은 지속된다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리세션을 초래할 원인으로는 무역분쟁에 따른 제조업 위축과 투자 부족이 손꼽히고 있다. 둘 다 가계의 소득과 소비 및 실업률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제조업 위축과 투자 부족의 심각성을 체감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지금과 같은 위축세가 지속되면 머지않아 가계에도 부정적 파급효과가 드러날 것이다. 글로벌 리세션은 소리 없이 다가올 수 있다.
부정적인 경제전망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수 있다. 나쁠 것이라는 전망이 실제로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역분쟁으로 인해 내년에 제조업 위축이 더 심화되고 경제가 리세션에 빠질 것으로 전망한다면 기업들은 투자를 더 줄일 것이고 인력 구조조정을 강화할 것이다. 실제로 향후 글로벌 은행의 내년 경기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뀐 유럽은행들은 올해만 해도 6만명을 해고했다. 리세션을 예상한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고용을 줄이면 실제로 리세션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우리 기업들도 리세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각자도생‘ 차원에서 생존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경총에서 발표한 ’2020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4%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1.5∼2.0%로 전망했다. 47%는 긴축경영을 하겠다고 했고, 올해보다 투자를 줄이겠다는 응답자는 39%였지만 늘리겠다는 응답자는 22%에 불과했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긴축경영을 한다면 내년의 경기회복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글로벌 리세션을 막기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은 내년에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올해만 해도 미국은 기준금리를 3차례나 인하했고, 한국도 2차례 인하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 설사 추가적인 인하를 하더라도 이미 충분히 낮은 저금리 상황이기 때문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 유엔이 내년 글로벌 리세션 가능성을 경고할 때, 각국 정부의 정책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 정부의 대응책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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