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전통 광고시장…"신사업 확대 일환"
‘반짝이는 아이디어’ 모아 상품화
TV 광고로 대표되는 전통 광고시장이 축소되면서 광고 회사들이 기존에는 손대지 않았던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직접 제품을 만들고 브랜드 컨설팅 사업을 강화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고회사의 강점인 ‘아이디어’를 활용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최근 졸음운전 경고 기능을 갖춘 스마트 선글라스 ‘글라투스’의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에서 선보인 시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자, 직접 양산에 들어간 것이다. 이노션은 이를 위해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회사 정관을 바꿔 사업 목적에 ‘제조업’을 추가했다.
이노션이 지난 10월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스마트 선글라스 ‘글라투스’ /이노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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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션은 지난 10월 미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글라투스의 선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까지 총 2만6597달러(3116만원)를 모았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먼저 제품을 출시해 반응을 살펴본 뒤 내년 쯤 한국에서도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노션은 의류 업체 폴가베와 함께 유아용 의류도 만들었다. 겉과 속면이 각각 분홍색과 파란색인 간절기 자켓으로, 뒤집어 입을 수 있다. 영유아 양성평등 인식 강화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작된 이 옷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한정 판매했다.
주요 광고회사들도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상품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제일기획은 지난 8월 일제강점기에 강제 철거됐던 돈의문(일명 서대문)을 증강현실(AR)로 재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했다. 앞서 삼성화재 캠페인의 일환으로 소화약제가 들어있는 꽃병 모양의 투척식 소화용구를 기획해 제작하기도 했다.
제일기획이 삼성화재와 함께 제작, 배포한 투척식 꽃병소화기 / 제일기획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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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해부터 내부 공모전 ‘발명생활’을 열고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공모전에는 412건의 발명 아이디어가 접수됐는데, 이는 전체 직원 수(1200명의) 3분의 1에 달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광고회사가 하는 일은 매체나 현장에서 생각을 표현하는 것인데, 최근 사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어보는 일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광고회사들이 변신하는 이유는 실적에서 전통 광고의 비중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기획만 봐도 2010년 매출의 50%였던 전통광고의 비중이 올해 3분기 기준 20%로 줄었다. 대신 디지털 광고 비중이 같은 기간 19%에서 38%로, 리테일은 32%에서 42%로 늘었다.
광고회사가 먼저 광고주에 제품 개발 단계부터 제품 컨셉, 디자인, 브랜드명, 마케팅까지 제안하는 컨설팅 사업도 키우고 있다. 외국계 광고회사 TBWA는 브랜드 컨설팅 서비스인 ‘디스럽션 컨설팅’을 운영 중이다. 대홍기획은 ‘스타트업 브랜드 인큐베이션’ 사업을 통해 브랜드 네이밍, 로고 제작, 패키지 디자인, 디지털 광고 등이 필요한 신생기업에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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