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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겨울 정동길여행] 올겨울 눈내린 광화문 네거리를 걸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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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덕수궁 함녕전. [사진 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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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은 추운 겨울에 더 당긴다. 춥고 눈까지 오는데 웬 산책인가 싶지만 이상하게도 이 길만 걷고나면 마법처럼 마음 저 낮은 곳부터 온기가 스민다. 겨울만 되면 이 곳이 그리운 건 분명 이 노래 때문이다.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다. 올겨울에도 눈내린 광화문 네거리를 걸어 눈덮인 조그만 교회당을 찾아 가야지.

명곡은 세월과 무관하게 빛난다

고 이영훈 작곡가와 이문세 콤비는 수많은 명곡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중 광화문 연가가 특별한 이유는 노래를 추억하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 아닐까. '광화문 연가'를 테마로 동네 구경에 나섰으니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이영훈 노래비'다. 2008년 세상을 떠난 작곡가를 기리며 이듬해 노래비를 세웠다. 스탠드 마이크 아래 활짝 웃는 고인 얼굴이, 그 아랫단에 '영훈을 사랑하는 친구들이' 적은 메시지가 새겨져 있다.

'우리 인생의 한부분으로 자리 잡은 영훈 씨의 음악들과 영훈 씨를 기억하기 위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당신의 노래비를 세웁니다.' 노래비를 세운 건 지인들이었지만 그를 그리워하며 찾아와 소주 한잔 두고 가는 건 비단 친구들뿐만은 아니었나보다.

이영훈 노래비 건너편엔 정동제일교회(사적 256호)가 있다. 정동제일교회의 붉은 벽돌 '벧엘예배당'이 광화문 연가에서 등장하는 그 '눈 덮인 조그만 예배당'이다. 1918년에 우리나라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됐다. 이화학당 학생이었던 유관순 열사는 1919년 예배당 지하에 마련된 파이프오르간 송풍실에서 3·1 운동에 필요한 유인물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영훈 노래비와 정동제일교회가 있는 로터리에서 정동길과 덕수궁 돌담길이 갈린다. 더러는 정동길과 덕수궁 돌담길을 구분 없이 사용하지만 두 길은 엄연히 다르다. 대한문에서 정동교회 앞 로터리, 여기서 오른쪽으로 덕수궁 돌담을 끼고 미국대사관저 앞을 지나 새문안길에 이르고, 정동길은 교회 앞 로터리부터 경향신문사까지 이어진다.

덕수궁 돌담길의 중심, 덕수궁은 본래 경운궁이라고 불렸다. 덕수궁으로 이름이 바뀐 건 1907년이다. 고종은 왕위를 순종에게 내주고 경운궁에서 말년을 보냈다. 친일파들은 순종에게 압박을 가해 '조용히 덕을 쌓으며 남은 여생을 보내라'는 의미가 담긴 '덕수'로 궁궐 이름을 바꿨다. 그래서 지금도 학계에서는 덕수궁이라는 이름을 경운궁으로 바꿔야 할지 말지 토론 중이다.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곳

덕수궁 돌담길과 정동길에는 사라진 것과 남은 것 그리고 새로운 것이 아스라이 겹쳐져 있다. 돌담 내부길이 개방됐고, 빛바랜 건물은 박물관과 공연장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근대 건축물 구세군중앙회관은 지난가을 복합 문화 공간 '정동1928아트센터'로 변신했다. 갤러리와 공연장, 예술 공방 그리고 고풍스러운 카페가 한데 모여 있다. 정동1928아트센터를 나서서 옛 러시아공사관이 있는 정동공원까지 '고종의 길'이 120m 이어진다. 1896년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궁을 나서 이 길을 걸었다.

구세군중앙회관을 왼쪽에 덕수궁을 오른편에 낀 돌담 내부 길은 지난해 개방됐다. 영국대사관에 막혀 있던 것이 개방되면서 온전히 덕수궁을 한 바퀴 돌아나갈 수 있게 됐다. 돌담을 따라 걸으면 왼편에 주황색 지붕을 인 이국적인 건물이 나타난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다. 큰길 쪽으로 조금 더 걸어나오면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있다. 국세청 남대문 별관 건물을 철거한 자리에 올봄 새롭게 개관했다. 정동 일대에는 1883년 미국공사관을 시작으로 영국·독일·프랑스 등 각국 공사관이 건립됐고, 서양식 건물도 함께 들어섰다. 예원학교 뒤편 정동공원에서 연결된 계단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하얀 탑에 다다른다. 딱 그 자리에 러시아공사관이 있었다. 아관파천의 현장은 한국전쟁 때 폭격을 맞아 온데간데없고 3층 높이 탑만 남았다.

옛 러시아공사관 근처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교육기관인 이화여고가 있다. 현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이 있는 자리에는 손탁호텔이 있었는데, 국내외 귀빈들의 연회장으로 사용된 호텔로, 윈스턴 처칠과 종군기자로 활동했던 마크 트웨인도 방문했다고 전해진다.

정동극장 뒤로는 고풍스러운 건물이 숨어 있다. 왕실 도서관으로 사용된 중명전이다. 을사늑약이 체결된 아픈 과거가 담겨 있기도 하다. 정동교회를 등지고 서울시립미술관 주차장 입구 쪽으로 걸어오다보면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이 보인다. 고종이 쓴 '배재학당' 현판,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원본 등이 전시돼 있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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