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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선거제 개혁

"연동형 비례제땐 사표 최대 80%… 與, 100석 힘들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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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우 성균관대 법대 교수, 한국당 주최 간담회서 주장
"알바니아도 準연동제 도입했다 위성정당 속출로 폐지"

조선일보

지성우(오른쪽)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기자간담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한국당 박용찬 대변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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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군소정당들은 "사표(死票)를 줄이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정확하게 반영하게 될 것"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도입을 주장해 왔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보수 정당이 과반(過半) 의석을 얻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그런데 이 같은 제1, 2당의 분석이 대체로 틀렸으며, 오히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유권자 사표를 크게 늘리는 동시에 민주당에 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한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독일법을 전공한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한국당이 국회에서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 참석, "(지역구 후보에 대한) 1투표는 지역에, (정당을 보고 하는) 2투표는 비례에 하는데, 비례에 투표하는 것을 지역구에 연동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군소정당들은 그동안 "정당투표 득표율 대비 실제 비례대표 의석수가 턱없이 적다"면서 유권자의 표심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해왔다. 또 민주당은 의석수와 정당득표율을 100%는 아니라도 50% 이하 수준에서 일치시켜보기 위해 최근 '250(지역구) + 50(비례)', '50% 연동률' 등의 안(案)을 갖고 협상중이다.

이에 대해 지 교수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시) 제 계산으로는 오히려 전체 표의 최대 80% 수준으로 사표가 급증할 것"이라고 했다. 지 교수는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20석을 갖고 간다고 가정하면 (정당 득표를 많이 올려도) 비례대표는 전혀 못 들어온다"며 "(이 경우) 민주당에 추천된 40%가 사표가 되고, 한국당에 대한 40%도 마찬가지로 사표가 된다. 도합 80%가 사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군소정당 입장에서는 바뀐 선거제로 인해서 사표 비율이 줄었다고 할 수 있지만, 제 1·2당 입장에선 정당득표율을 아무리 얻어도 연동형 비례제에 의해서 비례대표 의석수가 제한되므로 사표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 교수는 또 "비례대표 의석을 얻기 위한 '비례정당', '위성정당'이 우후죽순 생겨날 수 있다"며 "민주당이나 한국당이 일부러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아도 이런 정당들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되면 비례대표 의석을 노린 민주당이나 한국당의 '2중대 비례 정당'이 창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민주당·한국당이 이런 정당을 직접 만들지 않아도 다른 군소 정당이 난립하는 현상은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 교수는 '위성 정당'의 사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가 실패한 알바니아 사례를 들었다. 지난 2005년 총선에서 알바니아 민주당은 지역구 100석 가운데 56석, 사회당은 42석을 각각 가져갈 정도로 유력 정당들이었다. 하지만 알바니아 민주당·사회당은 각각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을 4~5개씩 만들고서 비례대표 투표는 위성 정당에 몰아달라고 하면서 표심이 왜곡됐고, 결국 알바니아는 2008년 선거법을 개정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했다는 것이다.

지 교수는 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제1 당인 민주당 의석수가 감소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현재 민주당은 군소정당들과 협상에서 지역구를 250석, 비례대표를 50석으로 하면서 비례 30석에 대해서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나머지 20석은 현행 방식대로 배분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지 교수는 "30석에만 연동률을 적용하자는 민주당 안은 일단 민주당이 30석 가운데서는 한 석도 가져가지 못한다"면서 반면에 만약 한국당이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을 만든다면 한국당에게는 추가 비례대표 의석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 교수는 "제 계산으로는 이 선거법 하에서 민주당은 100석도 못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 교수는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00석 이상을 거둠으로써 비례대표 없이도 다수 의석을 점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지 교수는 그러면서 "이 선거제도 하에서는 국민들이 이전에 본 적도 없고 상상해보지도 못한 희안한 선거운동, 선거 꼼수가 등장할 것"이라며 "선거법이 통과되도 이 선거법으로 치를 선거는 이번 한 번 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개정 선거법이 통과해 내년 선거에 적용되더라도 부작용이 속출해 여야가 다시 선거법 개정에 나설수 밖에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독일의 경우도 연방헌법재판소가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 선거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선거법을 개정한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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