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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전세계 연말 정국 들썩이는 주말…태국·인도·이탈리아 대규모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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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4일(현지시간) 오후 태국 방콕 도심 상업지구 MBK쇼핑몰 인근에 모인 시민들이 `세 손가락 인사` 포즈를 취하며 쁘라윳 총리가 이끄는 군부 정권의 정치 탄압에 항의하고 있다. 세 손가락 인사는 영화 `헝거 게임`(The Hunger Games)에 나오는 독재 저항 제스처로 통한다. 왼쪽 위는 시위를 주도한 타나톤 중룽르앙낏 퓨처포워드(FFP)당 대표. [출처 = 태국 방콕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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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태국과 인도, 이탈리아 등 아시아·유럽 일대가 대규모 시위로 들썩였다. 14일(현지시간) 태국 수도 방콕에서는 2014년 5월 군부 쿠데타 이후 '야권 탄압 반대' 시위가 벌어졌고, 인도 동북부에서는 '이민 확대 시민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기차역을 불태우는 등 폭력 시위가 일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오는 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극우 포퓰리즘 퇴출 시위가 확산되면서 이날 10만여명 시민들이 수도 로마에 몰려 이른바 '정어리떼 운동(Sardines' Movement)'집회를 열었다.

14일 오후 5시께 방콕 도심 상업지구 MBK쇼핑몰 일대에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시민 수천 명이 몰려 쁘라윳 짠오차 친군부 정권의 정치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이날 현지 방콕포스트신문이 전했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야권의 타나톤 중룽르앙낏 퓨처포워드당(FFP) 대표는 "정치를 탄압하는 모든 종류의 폭력을 거부한다"면서 "이것은 시작일 뿐이며 내년 1월 12일에 더 큰 규모의 집회·시위를 열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번 시위는 청년층 지지를 받는 '40대 젊은 정치인' 타나톤 대표가 사회연결망(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 민주주의 회복·독재 타도'를 호소하면서 열렸다. 지지자들은 MBK를 비롯해 국립 경기장과 시암 지하철역 일대를 가득 메운 후 쁘라윳 총리가 이끄는 군부 쿠데타 정권에 대한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인사'를 하면서 총리 퇴진을 외쳤다.

FFP은 창당한지 불과 1년 정도인 신생 정당이지만, 군부 독재 반대를 내세우면서 지난 3월 총선에서 제3당으로 급부상했고 현 정권의 집중 견제 대상이 됐다. 결국 지난 달 헌법재판소가 타나톤 FFP 대표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유로 의원직을 박탈했고, 지난 주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헌재에 FFP 해산을 청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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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접경지인 인도 동북부 서벵골 주 콜카타 시에서 `개정 시민법(CAB)’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버스에 불지른 후 주변에 모여 서 있는 모습. 일대 폭력 소요사태가 심각해지자 이날 미국·영국 정부는 자국 시민들에게 "인도 동북부 방문을 삼가라"는 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출처 =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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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인도에서는 '반(反)무슬림 시민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나흘째 동북부와 수도 뉴델리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소요사태가 일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방글라데시 접경지인 인도 동북부 아쌈 주와 웨스트벵갈 주에서는 '시민권 확대 반대' 시위가 열리고 수도 뉴델리 등지에서는 시민권 확대에는 찬성하되 무슬림 차별적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려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동북부인 웨스트벵갈 주에서는 기차역 6곳과 버스 15대가 불탔고, 아쌈에서는 주 정부가 오는 16일까지 주 전역에서 인터넷 사용을 차단했다. 경찰도 최루탄을 던지며 시위 무력 대응에 나서 양측 대립이 격화된 가운데 지난 1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인도 방문을 전격 연기했고 14일 미국·영국 정부는 자국 시민들에게 "인도 동북부 방문을 삼가라"는 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반면 뉴델리에서는 대학생 등 청년층을 중심으로 수천 명이 모여 '무슬림 이주민에게도 시민권을 달라'는 시위를 벌이면서 자미아 대학 등 일부 대학은 오는 24일부터 시작하려던 겨울 방학을 오는 16일로 앞당기기 시작했다. 인도에서는 지난 10일부로 의회에서 '이웃3국(방글라데시·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출신 이주민에 대해 무슬림을 제외한 자들에 대해 인도 시민권을 폭넓게 부여한다'는 내용의 시민권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12일 대통령이 최종 서명하면서 이를 전후해 시위 정국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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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극우 포퓰리즘을 물리칠 `정어리 떼`다!"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수도 로마 산 조반니 광장에 시민 10만 여명이 운집해 정어리 그림을 들고 극우포퓰리즘 정당 퇴출을 주장하며 정어리 떼 운동(이탈리아판 풀뿌리 운동)을 벌이고 있다. [출처 = 영국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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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4일 이탈리아 수도 로마 산 조반니 광장에는 시민 10만명이 운집해 극우포퓰리즘 정당 '동맹' 퇴출을 주장하며 이른바 '정어리 떼 시위'를 벌였다. 오는 1월 26일 에밀리아로마냐 주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한달 새 극우포퓰리즘 반대 시민운동이 SNS를 통해 공감대를 얻으면서 볼로냐 지역을 시작으로 시칠리아·밀리노·토리노 등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시위대는 자신들을 수백 만마리가 떼 지어 다니며 고래나 상어에 대항하는 정어리 떼에 비유하면서 시민들이 하나로 뭉쳐 "증오와 분열을 조장하는 '동맹'당과 당 대표 마테오 살비니를 정계에서 퇴출시키자"고 외쳤다. 동맹은 전국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최대 야당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내년 1월 지방선거에서 연립정부(중도좌파 정당 민주당·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가 패하면 연정 붕괴가 현실화되면서 우파 포퓰리즘 정권이 다시 떠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시민사회를 움직였다고 EFE통신이 전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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