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축인 보수정당의 변천은 이승만·박정희 장기집권 덕(?)에 상대적으로 간명하다. 자유당-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 독재와 정변의 그늘 때문에 ‘자유’와 ‘공화’가 밀려나고 나서 한국, 한나라, 새누리 등으로 보수정당을 포장했다. 자유한국당으로 ‘자유’가 복귀하는 데 20여년이 걸렸다. 특이한 건 ‘보수’가 당명에 쓰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격변의 현대사에서 ‘보수’는 매력 없는 기치였던 셈이다.
양대 정당의 틈새에서 생존 공간을 찾아 헤매다 명멸해간 제3당의 당명은 다채롭기 그지없다. 1987년 민주화 이후로 한정해도 통일국민당, 신정치개혁당, 자유민주연합, 국민신당, 국민통합21, 창조한국당, 친박연대, 자유선진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바른미래당. 당명만으론 이념이나 정체성을 헤아리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정 인물 중심이거나 소지역주의에 기대 급조된 경우가 태반인 탓이다. 그중에서도 한 정치인의 친분을 공공연히 내세운 ‘친박연대’는 압권이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주축의 ‘변화와 혁신’이 신당명을 ‘새로운보수당’으로 확정했다. ‘보수’를 간판에 내건 첫 정당이다.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보수’의 지평을 열어갈 지는 봐야겠지만, 여하튼 당명에 ‘보수’가 호명된 것부터가 무너진 보수의 재건이 시대적 화두로 대두했음을 증거하는 것일 터이다.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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