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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자동댓글 프로그램 개발·유포자 무죄 확정…‘드루킹’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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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연합뉴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게시글·댓글을 대량으로 자동 등록할 수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 개발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2일 포털사이트 운용을 방해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이모(38)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는 서모(47)씨와 함께 2010년 8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경기도 부천시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자동 등록 프로그램’ 1만1774개를 개발·유포해 3억원을 챙겼다. 이씨가 개발을, 서씨가 판매를 주로 담당했다.

주로 포털사이트에 글과 이미지를 자동 등록해주거나 메시지·쪽지를 반복적으로 발송하는 프로그램들이었다. 포털사이트에 댓글을 자동으로 무한 등록해주고 게시글 모니터링 뒤 글 삭제·재작성을 해주는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같은 작업을 정상적으로 하는 경우의 5~500배 이상의 부하(트래픽)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 프로그램이 ‘디도스’와 같은 효과를 발생시켜 포털사이트 등의 데이터 운용을 방해한다고 보고 이들을 기소했다.



“큰 부하 유발한다고 악성프로그램 아냐”



재판에서는 이씨가 개발한 매크로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법에서 규정하는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프로그램들은 네트워크에 필요 이상의 부하를 일으키고 이용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며 이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서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큰 부하를 유발한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정보통신시스템의 운용을 방해하는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씨와 서씨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실제 네이버 등의 서버가 다운되는 등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악성 프로그램’ 판단 기준도 최초로 명확히 제시했다.

대법원은 “악성프로그램 여부는 프로그램 자체를 기준으로 하되, 그 사용 용도 및 기술적 구성, 작동 방식,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프로그램 설치에 대한 운용자의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업체나 상품 등을 광고하는 데 사용하기 위한 것이며, 기본적으로 일반 사용자가 직접 작업하는 것과 동일한 경로와 방법으로 작업을 수행한다”고 판단했다.



댓글 순위 조작 ‘드루킹’과는 적용 법조 달라



이 사건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포털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사건과는 적용 법조항이 다르다.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 순위 조작 혐의에 적용됐던 법조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아닌 형법상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였다.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는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시켜 업무를 방해한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매크로 프로그램 유포가 형법상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는 이 사건과는 별도의 판단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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