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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만물상] 불로소득 주도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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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경실련이 문재인 청와대 근무 공직자 65명이 보유한 아파트 가격을 조사해보니 문 정부 출범 전 8억2000만원에서 현재 11억4000만원으로 평균 3억2000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평균 상승률이 40%에 이른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과천시 아파트 시세는 9억원에서 19억4000만원으로 배 이상 뛰었다. "내가 강남 살아봐서 아는데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고 했던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서울 송파구 아파트는 10억원 이상 올랐고, 김상조 현 정책실장의 서울 강남구 아파트도 4억4000만원 상승했다. 자기 집값이 얼마나 뛰었는지 뻔히 알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어떻게 보고했는지,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돼 있다"는 황당 발언을 내놨다.

▶서울과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에선 집값이 거의 변동이 없거나 떨어진 곳도 많다. 그래서 전국 평균을 내면 집값이 마치 안정세를 보이는 것처럼 상황을 호도할 수 있다. 전국 평균 집값보다는 살고 싶은 동네의 실거래 가격이 중요하다. 한 부동산 정보 업체가 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24만채의 실거래가를 조사한 결과 2년여 사이 평균 4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집 없는 사람은 박탈감에 시달리고, 집 있는 사람도 세금 부담 때문에 괴롭다. 일부 투기꾼을 빼고 모두를 힘들게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한다. '집값 올리기'에 자신 있다는 말로 들렸다는 사람이 많다. 경실련은 "소득 주도 성장 아닌 '불로소득 주도 성장'만 나타나고 있다"고 풍자했다. 전(前) 정권의 부동산 부양책을 그토록 비난했던 정부가 유례없는 아파트 값 상승을 만들고 있으니 이런 역설이 없다.

▶주택 소유자들이 집값 상승에 기뻐하며 지갑을 더 열면 '불로소득 주도 성장' 모델이 정말 작동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종부세에 건보료 폭탄까지 맞은 주택 소유자들은 "집값은 정부가 올려놓고 왜 우리한테 벌 주느냐"며 지갑을 더 닫고 있다. 엊그제 미국 하버드대의 저명 경제학자는 문 정부 경제정책을 '소득 주도 성장'이 아니라 '소득 주도 빈곤(income-led poverty)'이라고 비판했다. 잘못된 정책이 빈곤층을 더 가난하게 하고 집값까지 양극화시키고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정책 오류를 인정하기가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싶다.

[김홍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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