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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가슴으로 읽는 동시] 쌀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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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쌀눈 귀는 없고 입도 없고 눈만 있는 쌀은

배고픈 사람 보면 그냥 못 지나치고 밥이 된다.

ㅡ박혜선(1965~ )

단 여섯 줄에 사람 귀히 여기는 정신이 고스란히 담겼다. 시인은 조그만 쌀의 눈에 유독 시선이 쏠렸다. 왜 쌀눈을 눈여겨보았을까? 쌀눈에서 배고픈 사람 모습이 어른거렸으리라. 쌀은 오랫동안 사람을 먹여 살렸다. 그래서 쌀눈은 배고픈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참을 수 없다. 끝내 자신을 버리고 밥이 되어 '나를 먹어' 한다.

쌀은 귀 없고 입 없고, 몸 한 귀퉁이에 눈만 있다. 귀 있으나 듣기만 하고, 입 있으나 말하기만 하면 뭘 하나. 쌀은 보일 듯 말 듯한 눈을 가졌지만 보면 행동한다. 따듯한 밥이 된다. 배고프고 가난한 사람의 허기를 채워주며, 어려운 사람과 눈빛을 나눈다. 눈은 세상을 내다보는 창과도 같다. 우리는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무엇을 보아야 할까? 추운 연말에. 눈길을 어디로 열어두어야 하나.

[박두순 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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