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매경춘추] 어떠한 리더가 될 것인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사람이 집단에 속해 있으면 연륜에 따라 각기 다른 상황의 선배라는 위치에 있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필자도 30여 년 전 신입사원을 시작으로 다양한 직책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지만, 선배의 자리에서 후배들을 힘들게 한 적은 없었는지 회한(悔恨)이 들 때가 많다. 그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는 인복이 많아서였는지 기대고 싶고, 닮고 싶은 선배들을 많이 만났고 조직 내에 본받을 만한 선배들이 많았던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후배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롤모델 선배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변함없는 같은 조직인데 멋이 있는 선배들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져 씁쓸하다.

선배는 앞선 사람을 뜻하고, 리더는 선도자, 지도자, 대표를 의미한다. 넓은 의미에서 선배와 리더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산업화와 개발 시대를 살아온 우리 세대는 지금의 후배, 특히 청년들에게 빚진 것이 많다. 노력 여하에 따라 괜찮은 직업을 얻을 수 있도록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미안하고, 닮고 싶은 선배가 되지 못해 부끄럽고, 섬김의 리더를 많이 키우지 못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의 빚이다.

'진정한 리더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위대한 업적을 만들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조직을 도약하게 만들어야 진정한 리더라고 정의한다면 동의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이끈 리더에게서 발견하는 공통점은 '사람'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그 리더들은 세상을 발전시킬 방법을 인문고전에서 찾았고, 구체적으로는 '사람의 심리'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각양각색의 사람이 모여 집단을 형성하고, 여러 갈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 다양한 마음을 하나로 통합하여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이 과정에서 설득의 방법으로 솔선수범을 택하고, 이타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에게는 고통이 따르는 철저한 이기주의를 택했다.

'한 마리의 양이 이끄는 열 마리의 사자보다, 한 마리의 사자가 이끄는 열 마리의 양이 더 세다'는 말이 있다. 강하고 추진력 있는 리더를 높이 사는 말이지만 핵심은 행동으로 보이는 섬김의 리더십을 의미한다.

영화 '위 워 솔저스'에 나오는 할 무어 중령은 베트남 전투에 출정하기 전 모든 병사와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여러분을 무사히 데려오겠다는 약속은 해줄 수 없지만, 이것만은 맹세한다. 내가 맨 먼저 적진을 밟을 거고, 맨 마지막에 나올 거며, 단 한 명도 내 뒤에 남겨두지 않겠다." 필자는 팀워크와 공동체 의식이 희미해지는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우리 모두가 리더라는 생각을 한다. 인간미 넘치는 사회를 위해서라도 '할 무어 리더십'을 조금씩 실천해봤으면 한다.

[김학규 한국감정원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