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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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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반환비 1100억 사후정산···방위비 협상카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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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원주·부평·동두천의 4개 미군기지를 즉시 반환받고, 용산 미군기지 반환 절차 협의에도 본격 착수키로 했다. 부담 주체를 놓고 미국과 줄다리기를 벌여온 환경정화 비용을 일단 한국이 먼저 부담하고 이를 사후 청구하는 방식이다. 당장 방위비 분담금 협상 국면에서 미군 기지 반환 문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동시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숙원사업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임찬우 국무조정실 주한미군기지 이전지원단장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주한미군 기지 반환' 관련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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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1일 오후 평택 미군기지에서 미국과 제200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합동위)를 개최하고 캠프 이글(원주)·캠프 롱(원주)·캠프 마켓(부평)·캠프 호비(동두천) 등 4개 기지를 즉시 반환받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주한미군도 이날 자료를 내고 "오늘부로 대한민국 정부로 기지 4곳의 최종적이고 영구적인 반환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캠프 이글은 2009년 3월, 캠프 롱은 2010년 6월, 캠프 마켓은 2011년 7월, 캠프 호비는 2011년 10월 각각 폐쇄됐지만 반환이 완료되지 않아 그동안 방치된 상태였다.

길게는 10년 넘게 끌어온 이들 기지의 반환 과정이 급물살을 탄 건 한국이 '(先) 환경정화비용 부담, 후(後) 분담 의’로 방침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미군이 사용하던 기지에 환경오염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정화 비용은 누가 얼마나 낼 것인지를 놓고 한·미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반환이 지연됐다. 정부는 환경정화 비용으로 각각 캠프 마켓 848억원, 캠프 롱 200억원, 캠프 호비 72억원, 캠프 이글 20억원 등 모두 약 11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물론 정부는 일단 한국이 부담하기로 한 이들 4개 기지의 반환 비용에 대해 미국에 추후 분담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날 한·미가 ▶오염정화 책임 ▶주한미군이 현재 사용 중인 기지의 환경관리 강화방안 ▶한국이 제안하는 SOFA 관련 문서의 개정 가능성 등을 이들 기지의 즉시 반환 조건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과거 미군 기지 반환 사례에서 미국은 반환이 한 번 이뤄지면 다시 협의하지 않는다는 기조였다”며 “그러나 이번엔 (반환 절차의 장기화가) 사회경제적 비용을 늘린다는 데 미국도 공감했고, 앞으로 비용을 협의한다는 조건에도 동의하는 등 전향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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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1년 폐쇄됐으나 반환을 오랫동안 미뤄왔던 주한미군 기지가 한국 정부에 돌아온다. 정부는 11일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국과 제200차 SOFA 합동위원회를 열고 경기 동두천 캠프 호비 쉐아 사격장, 부평 캠프 마켓, 강원 원주 캠프 이글과 캠프 롱 등 4곳을 반환 받기로 했다. 또 용산기지의 반환 협의 절차도 시작하기로 했다. 사진은 폐쇄된 캠프 호비 영외 훈련장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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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이 한국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한국 내 기지 반환 과정에서 비용을 분담할 경우 향후 전 세계 미군 기지의 반환 시 적용할 선례가 된다는 점 때문에 환경정화 비용 부담에 확실히 선을 그어왔다. 실제 SOFA에 환경조항이 신설된 2003년 이후 미국은 지금까지 80곳의 반환대상 미군기지 중 54개 기지를 반환하면서 환경정화 비용을 단 번도 분담한 적이 없었다. 정부 관계자 역시 “애초 SOFA 규정에 예외를 둔 독일을 제외하면 미측이 환경 관련 정화비용을 분담한 전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번 결정이 사실상 현재 진행 중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이 부담한 환경정화 비용을 주한미군에 대한 기여분으로 주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는 무관하게 결정된 사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2003년 한·미가 기지 통폐합에 합의한 후 17년간 논의를 끌어오다가 이 시점에 공론화된 건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평가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이 한창인 상황에서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며 “미군기지 반환 비용에 대한 한국 측 부담을 미국 측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주장에 대항하는 카드로 내세워볼 만하다”고 말했다.

지역 민원 해소 차원의 결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이날 “반환 지연에 따른 오염확산 가능성과 개발계획 차질로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당 지역에서 조기 반환 요청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상황 등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한·미는 또 '용산기지의 SOFA 규정에 따른 반환 절차 개시'에도 합의했다. 주한미군사령부의 인원 및 시설 대부분이 평택으로 이전한 상황에서 2005년 발표한 용산공원 조성계획을 더는 지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반환 시기 등 향후 구체적 계획에 대해선 답을 내놓지 않았다. 군 당국자는 “용산기지 등 반환되지 않은 나머지 22개 기지 역시 이들 4개 기지처럼 한국 정부의 ‘선(先) 비용부담·후(後) 협의’ 기조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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