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소비자물가 4개월 만에 반등했지만 11개월째 0%대 연간 물가 역대 최저 유가 급락 때인 2015년 상황보다 안 좋아 근원물가도 20년 만에 최저인 0.6%인데 '기저효과'로만 해명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2015년=100)로 전년 같은 때보다 0.2% 상승했다. 소비자물가가 공식적으로 오른 것은 지난 7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는 8월(-0.038%) 하락세로 전환한 후 9월(-0.4%) 사상 첫 공식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다. 10월(0.0%) 보합으로 하락세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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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0.8%를 기록한 이후 11개월째 1%를 밑돌았다. 이는 196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1~11월 누적 소비자물가도 0.4%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전 연간 최저 물가는 국제유가가 급락했던 지난 2015년(0.7%)이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에는 0.8%였다.
이에 대해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지난해 높은 물가 상승률에 따른 기저효과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마이너스 물가만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저물가 흐름은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낮아지는 가운데 공급 측 요인과 정책 요인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기저효과 등 특이 요인이 완화하면서 연말엔 0% 중반대로 회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정부와 통계청의 설명에도 장기 저물가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실제로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전년 대비 0.6% 상승했다. 이는 20년 만에 최저인 지난 9월(0.6%)과 같은 수준이다.
근원물가 |
근원물가지수는 경제 상황에 따라 물가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하고 산출한 물가지수를 말한다. 일시적인 경제 상황보다는 기초 경제여건에 의해서 결정되는 물가다. 농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 측면의 급변동 요인을 제거해 기초 경제여건을 가늠하는 데 주로 활용한다.
농수산물 기저효과와 석유류 등 공급 요인을 제거하고도 20년 전인 IMF 외환위기로 기업들이 줄도산할 때의 근원물가 수준인 상황을 숫자로 보면서도 농수산물 등 공급 측면의 일시적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는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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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민간 전문가는 물론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지난 10월 말 보고서를 통해 “(저물가는) 정부의 복지 정책이나 특정 품목이 주도했다기보다 다수 품목에서 물가가 낮아지며 나타난 현상”이라며 “일시적 공급 요인뿐 아니라 수요 측 요인도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진단했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 역시 "저소득층은 소득이 줄고 고소득층은 내야 할 돈이 늘어나 소비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꼭 필요한 생필품은 구매하지만, 사지 않는 물품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물가 하락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성환 기자 kakahong@ajunews.com
김병수 bskim@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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