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의장이 지난달 5일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문희상안’을 밝히고 있다. 국회 누리집 |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의 '새로운 해법'이라며 발의를 준비중인 일명 '1+1+α(알파)안(案)' 특별법안 위로금 지원 대상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1일 알려졌다. 문 의장 안에 대해 일본은 유보적 입장을 보이며 즉각 거절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시민단체 및 피해자 측에선 "판결대로 배상이 아닌 우회적 성금 모집은 새로운 면죄부 일 뿐"이란 취지의 반박 논리를 토대로 입법추진에 반대 입장을 내놨다.
문 의장은 한·일 양국 기업(1+1)과 국민(α)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으로 '기억·화해 미래 재단'(가칭)을 설립해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혹은 위로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문 의장은 당초 위자료·위로금 지급 대상에 위안부 피해자까지 포함하는 '포괄입법' 형태를 구상했으나, 최근 위안부 피해자를 빼고 강제징용 피해자에 한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들이 위자료 지급 대상에 위안부 피해자를 포함하는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준다"며 크게 반발해서다. 또한 여·야 의원들도 부정적인 의견을 여럿 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1+1+α(알파)'이 처음 나온 것은 5일 일본 도쿄 와세다대학 특강에서였는데, 당시 G20 의회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으 방문한 문 의장은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문재인-아베 선언을 기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해당 연설에서 문 의장은 한국과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부금 형식의 재단을 만들고 양국 국민이 성금을 내는 안을 제시했다.이 기금에 당시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로 설립됐다가 해산된 화해·치유재단의 남은 재원 60억원도 투입하자고 했다.
이 60억원은 일본 정부가 재단 설립 당시 냈던 10억 엔(당시 환율로 약 100억원) 중 생존 위안부 피해자 35명(지난 9월 19일 기준, 1인당 1억원 지급)과 사망자 68명의 유족(2000만원)에게 준 지원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당시에도 생존 피해자 중 11명은 위안부 합의 자체에 반대하며 지원금 수급을 위한 정부 접촉에 응하지 않았다.
강제동원공동행동, 정의기억연대 등 피해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지난 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문 의장이 제시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해법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달 27일 문 의장과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법안을 발의한 여야 의원 10명과의 간담회에서도 '위안부는 법안에서 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문 의장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현재 국면에서 한일 갈등이 지난해 10월 대법원 징용피해자 배상 문제 판결에서 시작된 것을 고려해, 우선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자는 데 뜻이 모인것으로 풀이 된다.
간담회의 한 참석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괜히 넣어 갈등을 유발할 이유가 없으니 법안에서 빼라는 의견을 냈다"며 "문 의장은 '위안부 피해자는 빼도 괜찮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참석자도 연합뉴스에 "많은 참석자가 위안부 문제는 빼자고 했고, 문 의장도 이런 의견을 수용했다"면서 "한일 갈등을 촉발한 소송 자체가 위안부 문제가 아닌 강제징용 문제이니 굳이 넣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위안부 피해자를 넣는 것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며, 문제라고 한다면 뺄 수 있다"며 "의견 수렴을 통해 계속해서 법안을 전반적으로 수정하는 중"이라고 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강제동원공동행동,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강제동원 관련 문희상 국회의장 안에 대해 반대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 의장은 재단의 기금을 조성할 때 '화해치유재단'의 남은 잔액(약 60억원)을 포함하려던 계획도 위안부 피해자 단체의 반대로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법안에는 위자료·위로금 지급 비용을 별도로 적시하지 않기로 했다. 얼마나 모금이 이뤄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초안에는 관련 소송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위자료·위로금 지급에 필요한 총비용이 3000억원 정도라고 언급돼있지만, 문 의장 측에서는 그 규모가 1조원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문 의장은 여야 의원들, 피해자 및 전문가 등을 수시로 만나 의견을 두루 수렴한 뒤 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최종안을 마련해 12월 둘째 주 정도에 법안을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12월 하순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일 정상회담 이전에 법안이 발의돼야 양국 정상이 관계 회복의 물꼬를 트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인 가와무라 다케오 일본 중의원 의원이 21일 오후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 개설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
한편, 일본에선 1+1+α(알파)'안에 대해서 호의적 반응을 보였는데, 지난달 20일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 연맹 간사장은 "아베 총리를 만나 문 의장 제안을 설명했고 '이것을 제대로 하면 해결책이 된다'고 밝히자 아베총리가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아베 총리가 문 의장의 제안이 제대로 한일 간 약속을 지킨 것이라면 진행해도 좋다고 밝힌 것은 이전부터 말해 온 것"이라고 후술하기도 했다. 그는 "문 의장의 노력을 우리는 잘 알고 있고 열매 맺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6월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문제 해결을 위한 '1+1'안을 제안했을 당시 즉각 거부된 것과 다른 모습으로 풀이됐다.
일각에선 문희상 안을 신중하게 발의해야 할 것이란 주장도 나왔는데, 한겨레 신문은 이날 피해자들에게 기금을 통해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이 결국 일본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줄 수도 있음을 우려했다. 직접 배상이 아닌 우회적 배상 지급은전범 개인 배상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2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의장의 제안에 따르면 일본 기업은 법적·역사적 책임이 아닌 자발적인 방식으로 돈을 모으고, 심지어 그 돈에 한·일 기업과 국민의 돈까지 교묘히 섞이게 된다. 이는 결코 대법원 판결의 이행이 아니며 가해의 역사를 청산하는 게 아니라 외교적 갈등을 만들 여지가 있는 피해자를 청산하기 위한 방안이다"이라고 지적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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