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 근거 약했다" vs "특감반, 유재수·여권 인사 대화방까지 복원해 파악"
'유착' 의혹 수사, 정치권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유재수 전 부시장 |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검찰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개인 비리를 밝혀내 구속한 데 이어 청와대가 그의 비위 감찰을 중단한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17년 유 전 부시장을 감찰할 당시 그의 비위 혐의가 어느 정도까지 파악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감찰이 누구의 지시로 중단됐는지를 밝히는데 앞서 청와대가 당시 파악한 비위사실의 수위가 감찰을 계속할 정도였는지를 따지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부당한 감찰 중단으로 결론 난다면 직권남용 또는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3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일단 유 전 부시장의 개인 비리 혐의는 법원이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할 정도로 상당 부분 밝혀진 상황이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국장급 재직 당시 금융위 관리감독 대상 업체들로부터 각종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혐의가 소명돼 구속됐다.
향후 수사는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파악한 유 전 부시장의 비위 내용을 정확하게 밝혀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검찰이 밝혀낸 유 전 부시장의 혐의들에 근접하거나 재판에 넘길 정도의 비위가 2017년 당시 수집돼 있었다면 무리하게 감찰을 덮은 게 아니냐는 의혹은 짙어진다. 비리가 뚜렷하지 않더라도 수사 필요성이 있을 정도의 비위 수준이었다면 당시의 감찰 중단은 그 배경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반대로 감찰 당시만 해도 추가 감찰을 하거나 수사기관에 넘길만한 사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음이 확인된다면 감찰 중단은 정당화될 수 있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국회에 출석해 "(유 전 부시장에 관한) 첩보를 조사한 결과 그 비위 첩보 자체에 대해서는 근거가 약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의 감찰은 수사권이 없어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 방식을 쓸 수 없다. 유 전 부시장을 구속한 검찰의 수사 과정과 비교하면 한계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단계에서 적잖은 비위 사실이 포착된 것으로 볼 만한 정황도 있다.
과거 유 전 부시장이 휴대전화 메신저로 청와대·여권 인사들과 금융위 인사 관련 대화를 나눈 뒤 특정 인물이 고위직으로 간 정황이 최근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이와 관련된 단서는 2017년 민정수석실 특감반이 유 전 부시장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한 과정에서 이미 포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감반의 감찰 자료가 최근 유 전 부시장의 개인비리를 밝혀낸 검찰 수사에 요긴하게 활용됐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도 지난달 검찰 국정감사에서 2017년 특감반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내용을 거론한 바 있다.
김 의원은 "특감반이 유 전 부시장 휴대전화를 포렌식했다"며 "결과를 보니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인사담당 선임행정관이 각종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그런 텔레그램 문자가 떴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렌식은 민정수석(조 전 장관)의 승인이 없이는 안 된다"고도 했다.
유 전 부시장이 업체로부터 골프채를 받거나 항공료를 대납받았다는 비위 첩보 역시 청와대의 감찰 당시인 2017년 10월 민정수석실에 이미 접수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정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당시 청와대 감찰라인이 무엇을 근거로 감찰 중단을 결정했는지, 최종적으로 중단을 지시한 사람은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향후 수사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 전 장관과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당시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회의를 열고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당시 사표를 받는 선에서 감찰을 중단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백 부원장과 감찰라인 최고 책임자였던 조 전 장관 역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최근 유 전 부시장이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여권 인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이로 인해 그가 비위 감찰을 모면한 뒤 영전을 거듭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검찰 수사가 이런 의혹을 규명하는 쪽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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