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1% 시대' 열릴 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9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 내년에는 2.3%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에 전망한 수준보다 각각 0.2%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으면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은은 그간 수정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전망치를 조정하면, 일정 기간 후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해 왔다. 올해의 경우를 보더라도 지난 4월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1%포인트 하향조정한 뒤 7월 기준금리를 내렸으며, 7월에 전망치를 낮춘 뒤 10월에도 금리를 추가 인하했다.
한은이 이날 밝힌 올해(2.0%)와 내년(2.3%)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019~2020년 잠재성장률(2.5~2.6%)을 하회하는 점도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이 총재는 "국내 경기가 현재 바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라면서도 "내년도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비춰보면, 우리 경제의 성장 회복 모멘텀이 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어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0.4%로 종전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과 내후년 물가는 각각 1.0%, 1.3%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2.0%)를 크게 하회한다. 저성장에 이어 저물가까지 겹치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시장은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인하에 대한 소수의견이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1.25%로 동결했지만, 신인석 금통위원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그간 시장에선 소수의견이 나올 경우 내년 한은이 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릴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 총재 역시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금리정책(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 금리(1.25%)가 실효하한이 아니며,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 추가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대외여건이 안 좋아지면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앞으로 미·중 무역분쟁이 더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기본적인 시나리오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양국 간 갈등이 다시 불거져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기준금리 1% 시대'가 빨리 도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소비나 투자지표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지금 내려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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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sdw618@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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